사진. 현대자동차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외 공장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생산 차질에 이은 ‘소비 부진’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을 빼고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멈춰있는 상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27%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 한국 주력산업의 대형 공장 위주여서 기업들은 이 수치 이상으로 셧다운을 체감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 차질에 소비 부진까지

13일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계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0% 감소했으며, 이달부터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공장이 대부분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등 해외 시장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이동 통제 조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를 감안해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 재개일을 4일로 연기했다. 미국 지난달 18일 공장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공장 가동이 중지된 바 있다. 지난달 가동 중지 결정 시 조업 재개가 13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달 1일까지 조업이 중지되고 주말 이후인 4일 공장이 재개될 예정이다.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도 가동 재개일이 24일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도 27일로 가동 재개 시점이 늦춰졌다. 조지아 공장은 당초 일주일 가량 가동을 중단하고 부활절 연휴를 마친 뒤 조업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당초 예정했던 공장 재개일을 연기했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도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며 인도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도 오는 14일까지 정부 봉쇄령에 따라 휴업이 지속될 예정이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는 봉쇄령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봉쇄령으로 인한 판매‧유통이 어려워 생산 자체를 멈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슬로바키아 공장은 6일부터 공장 가동이 재개됐고, 체코 공장은 오는 14일 공장이 다시 가동된다. 터키 공장은 이날부터 조업이 재개된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GV80, 신형 G80, 팰리세이드, 신형 아반떼, 그랜저 등 인기 차종의 경우 주문량이 밀려 있는 상태지만, 해외 영업점도 사실상 셧다운 상태라 국내 공장의 완전 정상가동은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을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임시 휴업한다. 울산5공장은 미주와 중동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주력 생산하는 공장으로 해외 판매의 급감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올해 3월 해외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2% 감소했다. 특히 미국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급감했다. 해외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판매량이 제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수출물량 생산 라인이 중단되는 사례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여유 있던 전자업계도 셧다운 영향

인도와 유럽도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인도 정부가 오는 14일까지였던 국가 봉쇄령을 이달 30일까지로 2주 더 연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 LG전자 노이다와 푸네 가전 공장 등도 오는 14일까지 가동을 멈추기로 한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LG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까지는 변경 계획이 없으며,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현지 공장 별로 생산량을 그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삼성전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은 오는 19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미국 내 자택 대피 명령에 따른 현지 수요 감소, 부품 수급 문제, 물류 차질 등도 함께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티후아나 TV 공장과 LG전자의 멕시칼리 TV 공장은 이번 주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삼성과 LG의 유럽 공장도 수요에 따른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폴란드 브롱키 가전 공장은 오는 19일까지, LG전자 폴란드 브로츠와프 가전 공장은 오는 24일까지 가동을 중지한다.

이 밖에 LG전자 폴란드 므와바 공장도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고,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헝가리 TV 일부 생산라인도 지난달 일주일간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과 LG전자의 현지 루자 가전·TV 공장도 현지 정부가 유급 휴무 기간을 이달 30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했다.

#2차전지, 유가 하락에 셧다운 조치까지

미국 미시간주의 자택 대기 명령에 따라 2차 전지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시간주에 생산 공장을 둔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셀과 배터리 팩 공장을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다만 주 정부의 방침과 회사 구성원 안전 확보 차원에서 셧다운 기한을 이날 이후로 연장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3사는 유럽 소재 생산공장은 아직 셧다운 사례가 없으나 확진자 발생 등에 따라 가능성이 있어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며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기준 전세계 215개국에서 18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현재로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국내 기업들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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