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금융위원회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30일부터 기존 은행 앱에서 타 은행 계좌 송금 거래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타 은행 고객 대상의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모바일 앱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무한경쟁의 막이 열렸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등 10개 은행은 이날부터 고객 대상으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다.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이나 은행이 모든 은행의 자금 이체 및 계좌 조회 기능을 하나의 앱 안에서 자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은행이 보유한 결제기능 및 고객 데이터를 오픈 API 방식으로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내 주요 18개 은행의 출금·입금이체 및 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 정보 조회 서비스가 모두 하나의 앱에서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도 이에 포함됐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앱에 신설된 '다른 은행' 탭에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계좌를 등록하면 각 계좌의 잔액 조회 및 이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전체 계좌에 있는 총 잔액이 얼마인지도 한 번에 확인 가능하다. 간단한 약관 동의와 이메일 정보 입력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다. 

현재까지는 계좌 등록을 위해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하지만, 내달 11일 이후 모든 본인 명의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모바일 앱 'KB스타뱅킹' 오픈뱅킹 화면. 김사민 기자

하나의 앱으로 모든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은 단순히 주거래 은행이 아닌 UI/UX, 서비스 등이 뛰어난 앱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 간 경쟁과 신규 핀테크 사업자의 진입이 맞물려 고객이 느끼는 모바일 거래 서비스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은행들은 오픈뱅킹 이용 고객 대상으로 타행 출금 수수료 면제, 추가 금리 제공 예적금 상품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앞다투어 제공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 오픈뱅킹을 통해 타행계좌를 등록한 고객 대상으로 LG그램 노트북, 맥북에어, 기프트카드 등 총 2000명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또한 내달 23일부터 간편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에서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행해 타행 계좌 50만원 이하 무료 송금, 환전 90% 우대 서비스 등의 이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이날부터 모바일 앱 '쏠(SOL)'을 전면 개편해 신한은행 거래가 없는 고객도 회원가입 후 타행 계좌 등록만 하면 조회, 이체 등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타행 계좌 이체거래 수수료는 무제한 면제다. 또한 오픈뱅킹을 통해 타행 계좌에서 해당 적금으로 이체하는 경우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한 인싸 자유적금', 타행 자금으로 가입 시 1만원에서 5만원까지 리워드 적립금을 제공하는 '신한 보너스 정기예금' 등의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모바일 앱 'KB스타뱅킹', '리브(Liiv)'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며, '잔액 모으기' 서비스를 도입해 최대 5개 은행의 입출금계좌에서 국민은행 입출금계좌로 자금을 한 번에 끌어올 수 있게 했다. 또한 국민은행 금융 상품 가입 시 오픈뱅킹을 통해 타 은행에서 바로 출금해 가입할 수 있도록 간편화했다. 아울러 타행계좌 등록 고객 중 400명을 추첨해 삼성 갤럭시 노트 10 350개, 삼성 갤럭시 폴드 50개를 경품으로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12월 20일까지 진행한다.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인 '고객 뺏기'에 나서며 앱 이용자 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사실 대어급 경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12월 18일 이후부터는 핀테크 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한다.

모든 은행의 계좌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편리하고 세련된 앱이 나온다면 시중은행 앱을 모두 삭제하고 핀테크 업체의 앱만 이용해도 금융 거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30일 미디어SR에 "원하는 앱에서 모든 계좌를 다 조회할 수 있게 되면서 결국에는 직관적인 UI/UX 등 앱에 대한 경쟁력이 가장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편리한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니 주거래은행의 개념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서비스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차별화는 쉽지 않으나 은행 고유의 자산관리 서비스, 다양한 상품 정보 및 부가 서비스들이 좀 더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 위주의 참가 금융회사를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6개 조회·이체에 한정된 API 기능을 다양화하고 마이데이터와의 연계성을 강화해 데이터 분야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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