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요즘세상] 프로듀스X101, CJ식-한국식 변종 오디션의 그늘
[김동하의 요즘세상] 프로듀스X101, CJ식-한국식 변종 오디션의 그늘
  •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
  • 승인 2019.10.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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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과 스튜디오의 잘못된 만남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 사진. 구혜정 기자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 

한국이 대기업 중심 경제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IT,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 모두 수직계열화된 밸류체인을 가지고 전 세계를 호령해왔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수직계열화 하는 건 얘기가 좀 달라 보인다.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CJ ENM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X 101'의 투표 조작 의혹은 대기업 중심, 유통 중심, 수직 계열화 중심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프로듀스 X 101의 가짜 오디션 논란
시청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방송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의혹 때문이다. 프로듀스 X 101의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과 일부 기획사를 사기ㆍ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불공정을 눈으로 보고 분노한 시청자들은 법에 호소했지만, 하소연 못한 사람들도 많다. 유명 기획사 연습생들의 들러리를 설 수 밖에 없었던 순수한 연습생들, 진짜 오디션 과정인줄 알고 참가했던 3000명의 초기 오디션 참여자들 등등. 투표 수 조작과 내정 논란의 진위는 수사결과로 밝혀지겠지만,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순수한 열정, 이를 본 시청자들의 진실한 팬심 모두 상처를 크게 받은 건 분명해 보인다. 

오디션 +스튜디오, CJ식 프로듀스 시스템

유럽에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 의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유력한 설로는 스웨덴 방송사 PD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연예인 출연진을 찾지 못한 제작진이 급하게 일반인을 등용한 데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 미국의 ‘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 라는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CJ의  ‘슈퍼스타K’ 라는 프로그램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방식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작 시스템을 말한다.  제작, 배급, 상영의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한 표준화와 대량생산 등을 특징으로 한다. 효율성은 높지만, 독과점과 다양성 훼손이라는 단점도 있어 미국은 일명 '파라마운트법'이라 불리는 수직계열화 방지 법안을 1948년부터 도입했다.

프로듀스 X 101은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지망생만 10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팬들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시장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순수한 의미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돌을 기획하고 키워내는 기획사들이 직접 오디션에 참가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그 아이돌을 기획해서 상품화하는 특이한 구조다. 경연에 참가한 연습생  101명 중 92명이 기획사가 있고, 9명만 무소속이라는 점도 오디션의 순수한 의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디션이라는 값싼 소싱 방식에, 수직계열화된 스튜디오 모델이 결합된, CJ식, 한국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이 생태계 총괄... 한국식 수직계열화 전형
프로듀스 X 101은 전적으로 유통 플랫폼 사업자인 CJ가 모든 생태계를 관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아이돌의 기획과 개발, 방송과 홍보, 제작과 관리 뿐 아니라 유통도 책임지며 이후 매니지먼트와 공연도 CJ가 관장한다.

경제적인 분배구조도 마찬가지다. 앞서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했던 워너원의 경우 CJ의 지분이 월등하게 높다. 워너원의 벌어들인 매출은 CJ ENM과 CJ ENM의 자회사인 워너원의 기획사가 5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원래 멤버 소속사와 멤버 자신이 나눠갖는 구조다.  유통 플랫폼이 30%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70% 제작사에게 주는 애플, 구글의 생태계와는 대조되는 구조다. 

오디션의 형태를 취하는 만큼, 뚜렷한 투자구조도 없다. 영화의 경우 투자자가 배우와 감독, 스태프 등에 투자를 하고 이익이 나면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갖지만, 오디션에 참여한 연습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투자금은 없고, 제작과정의 실비 등만 CJ가 부담하는 형태다. CJ가 거의 모든 권한을 갖는 기형적 분배구조 탓에, 기획사들은 프로듀스 X 101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니지먼트의 운영이 변칙화될 우려가 있고, 중소 기획사들은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배만 불리는 한국식 M&A+수직계열화 
대기업 중심 수직계열화의 병폐 중 하나는 부가 업계 전반으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선택을 받은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영화제작, 드라마제작, 게임, 등을 막론하고 CJ는 일부 검증된 제작사들을 M&A해왔다. 음악에서도 스톤뮤직, 아메바컬쳐, AOMG, 젤리피쉬 등과 같이 CJ의 자회사가 된 레이블들이 있다. 큰 투자를 받거나 비싸게 판 선택받은 사람들은 성공신화가 되어 많은 제작자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그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대기업의 M&A는 실질적 경제효과보다도 제작사들과의 협상구조에 있어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음악계에서 유통 플랫폼으로부터 '마이킹'이라 불리는 선금이나 투자를 마다하고 당당하게 작품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제작사들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물론 CJ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K팝의 글로벌 성장과 브랜드 정착에 크게 기여한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가차없는 공개적 경쟁, 과정도 불투명한 대국민 경쟁을 뚫어야만 가수가 될 수 있었나. 선배 심사위원들이 후배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취업 무대와 오디션 무대는 꽤 닮아 있다. 일부 선택받은 기획사들만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제조업의 대기업 중심 '짬짜미'식 밸류체인과도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CJ나 일부 심사위원의 스타일에 맞지 않거나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음악은 낙오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건 ‘세대간 갈등’과 '다양성 훼손'의 차원에서도 우려된다. 이미 시장을 개척해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 세대가 주도권에 동참하고자 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을 쌓는, '지대 추구 행위'와도 유사하다. 

지금의 K팝을 낳은 데에 제작 진영의 열정과 유통 진영의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큰 힘이 되었을까. 효율성 기득권을 가진 유통 플랫폼과 선배 제작자들이 지금처럼 무한경쟁의 효율만 추구하고 공정성은 내팽겨친다면, 후배들은 기회의 평등을 잃고 한국 음악계는 다양성과 성장성을 잃을지 모른다.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 maxkd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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