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재단, 현대차 편⑤] 좋은 데 잘 쓰고도...지출내역 투명 공개 아쉬워
[기업과 재단, 현대차 편⑤] 좋은 데 잘 쓰고도...지출내역 투명 공개 아쉬워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9.05.2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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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진. 구혜정 기자
현대차. 사진. 구혜정 기자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사회공헌 백서를 통해 상세한 사업 성과를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국세청 공시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006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된 재단이다. 정몽구 회장은 재단에 사재 8500억원을 출연했다. 

2019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총자산은 8014억원으로, 현대글로비스 주식 2156억원, 이노션 주식 1139억원, 금융자산 4688억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자산을 바탕으로 매년 200억원의 이자배당 수익을 올린다.

재단은 기부금보다 이자배당 수익 재원을 바탕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한다. 재단은 2018년 공익사업을 위해 총 230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재단은 저소득층 장학지원, 청년 일자리지원, 문화예술 인재양성 등의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사회공헌 백서를 발행하며 보호대상 아동, 청년사회적기업가 등 수혜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뿐만 아니라, 각 사업별로 재단이 얼마나 지출했는지도 함께 공개한다. 

그러나 230억원에 대한 상세한 지출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 어떤 인물에 지출됐는지, 해당 단체에 얼마나 지출됐는지, 현금으로 지원했는지 등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자배당수익 등을 재원으로 한 공익사업 지출은 기부금과 달리 통상 감사보고서의 주석에 공시한다. 재단은 감사보고서 주석에 사업을 8개로 구분해 각 사업에 들어간 금액 총액만 공시했다. 사업수행비용과 일반관리비용을 분배, 인력, 시설, 기타비용으로 분리해 각 성격별로 투입된 금액도 함께 기입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2018년 감사보고서. 

그러나 지출처, 사업자등록번호, 수혜인원, 현금지원 여부 등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즉, 204억원이 어디의 누구에게 갔는지, 지출에 따른 수혜인원은 몇 명인지 자료를 통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공시에 재단은 "기부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즉, 기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했다면 지출처, 지출목적, 수혜인원 등을 공개해야 하지만, 이자배당 수익이 재원이기 때문에 상세한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단 회계 투명성의 기본은 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명확하게 공개했는지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재단은 기부금의 10만원 지출까지 공시한다. 적은 돈이라도 재단에서 자금이 나간다면 빠짐없이 지출명세서에 기입하는 것이다. 어린이재단의 공시자료를 보면 여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24만원, 대구경동초등학교에 70만원, 사단법인다사랑공동체에 500만원 등 상세하게 지출 내역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린이재단의 지출명세서는 무려 59장에 달한다. 

한국가이드스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익법인은 상증세법상 세금 혜택을 받는다. 출연, 기부받은 자산으로 운용해 얻은 수익도 세제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지출처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출연금 기부금에 한정해서 지출명세서를 적는 게 아니라, 이자, 배당, 보조금 등 모든 수입을 재원으로 한 지출명세서를 적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재원이 무엇이든 공익사업 관련 지출이라면 수입처와 지출처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공익자금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의무공시 양식에는 기부금만 지출명세서를 적도록 돼있어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라 말했다. 

다만, 주석은 재단이 자율적으로 공시 양식을 정할 수 있다. 재단이 공익사업 지출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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