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에 고가 백신 팔려고 무료주사 막은 제약사, 과징금 9억
신생아에 고가 백신 팔려고 무료주사 막은 제약사, 과징금 9억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9.05.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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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신생아들이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결핵 백신을 독점해 부당한 이익을 획득한 한국백신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관련 임원 역시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위는 16일 "BCG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해온 한국백신이 고가의 경피용 BCG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해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BCG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중증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으로 생후 4주 내에 접종하게 되어 있다. 접종 방법에 따라 피내용 (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으로 분류된다. 이중 피내용의 경우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국가 필수 예방 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경피용은 소비자 선택에 의한 유료 부담이다.

한국백신은 국내에 판매 허가된 BCG백신 중 경피용 BCG백신을 수입해 판매해왔다. 한국백신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를 넘고 있는데, 특히 피내용 백신이 공급 중단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유일한 독점 공급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누렸다. 피내용 백신 공급이 중단된 것은 이를 생산하는 덴마크 보건부 산하 공기업 SSI사의 생산 중단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8월부터 일본의 JBL사의 피내용 백신의 공급 방안을 한국백신과 협의했다. 한국백신은 2016년 3월 JBL사 피내용 백신 허가를 획득해 그 해 총 2만1900세트의 피내용 백신을 수입했다.

문제는 2017년에도 한국백신이 질병관리본부 요청으로 피내용 백신 2만세트를 수입하기 위해 JBL사와 주문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한국백신은 주력 제품인 경피용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피내용 백신 주문을 자체적으로 감소시켜버린 것이다. 경피용 백신 판매 급감의 원인은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피내용 백신 주문량을 1만세트로 축소하고 2017년에는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는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내용 백신 수급이 중단되기에 이르렀고 질병관리본부는 차질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실시했다. 이후에도 피내용 백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은 6월까지 더 연장됐다. 결국 경피용 백신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반면, 피내용 백신을 선호하는 보호자들은 경피용 백신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되고, 고가의 경피용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주면서 1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돼 국고 손실도 야기됐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 행위로 판단, 한국백신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임원 2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백신의 이 같은 행위가 알려지면서 맘카페 등에는 분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생산된 BCG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품 회수에 나서는 소동까지 있었던터다. BCG 접종이 신생아 출생 이후 최초로 맞는 필수 예방접종인데, 당시 피내용 수급 문제로 경피용 접종이 국가 차원에서 권고된 바 있다. 당시의 피내용 수급 문제의 배경이 한국백신의 독점적 이익 실현 때문이라는 것이 뒤늦게 드러난 셈이 된다.

당시 자녀에게 경피용 BCG를 접종한 30대 회사원 A씨는 17일 미디어SR에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비소가 나온 주사를 아이에게 맞히게 했고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제약사의 이기적 행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니 너무 화가 난다"면서 "예산이 140억원이나 낭비됐는데 과징금이 불과 10억도 되지 않아 제2의 BCG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깟 벌금 내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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