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제공 : 국민연금<br>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주력 계열사 한진칼, 대한항공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확실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쟁점이 되는 주요 안건에 기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지난 21일 오는 25일 열리는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정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권하기로 결정했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1월 경영권 유지를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입히고 관련 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 고발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현정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탁위는 "부당지원행위로 기업가치 훼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권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수탁위 9명 위원 중 5명이 현정은 이사 선임에 반대했으나 최종 결정은 기권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지난 2월 수 차례 걸친 회의 끝에 한진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문제 총수일가에 대한 연임 반대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에 대해서는 피하는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이에 법적 처분을 받은 문제 사내이사에 대한 연임 반대를 정관에 포함하는 등 제한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산비중 1% 이상, 지분율 10% 이상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해외 주ㆍ요 연기금과 동일하게 사전 공시하기로 했으나 한진그룹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사전 공시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의결권 사전 공시 하기로 한 기업 외에는 수탁위에서 판단하기로 했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논의 여부는 전적으로 수탁위에서 판단할 문제라 국민연금에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주축이고 간사로 수탁위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발을 빼는 그림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10% 규정을 이유로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로 경영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해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24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반대는 물론 지주회사로 사실상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권표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책임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KCGI 등 사모펀드에 동조하는 모습을 연출 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는 29일 열린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4년과 2017년 조양호 회장에 대해서는 한진칼 주총에서 과도한 연임을 이유로 재선임에 반대한 바 있으며 석태수 대표에 대해서는 2016년 주총에서 별도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재선임에 찬성해 올해 주총 의결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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