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20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서 벌인 인터넷업계 최초 쟁의행위 현장. 권민수 기자

네이버 노조가 인터넷·게임업계 최초로 쟁의행위에 나섰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산하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20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 1층에서 첫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이날 본사 로비 1층의 오른편은 240여 명의 네이버 노조 조합원으로 가득했다.

네이버 노조는 '유쾌한 단체행동'을 추구했다. 1층 로비에서 노란 꿀벌 인형탈을 쓴 조합원이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풍선을 나눠주는 등 IT기업답게 발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단체행동을 안내하는 팸플릿도 재치있게 꾸몄다. 12시 점심시간에 시작한다는 특징을 활용해 단체행동을 '오마카세' 식사시간으로 비유했다. 에피타이저는 구호 배우기, 지회장 발언과 구호 외치기는 메인디쉬, 다음 행사 안내와 인증샷은 디저트라 이름붙였다.

이날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사측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우선 회사가 직원에 일방적인 명령만 내리지 말고 직원과 함께 소통해야 한다는 것. 그는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네이버 서비스의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직원도 네이버의 방향성이 어떤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며 실세인 네이버 경영진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손자회사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 컴파트너스가 모회사 네이버의 눈치를 보느라 교섭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해진 네이버 GIO가 네이버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 GIO가 직접 노조의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원들은 '투명하게 소통하라', '이해진이 응답하라' 가 양면에 적힌 피켓을 들고 '투명! 소통!'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 지회장은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파업 가능성에 대해 "일부에서 파업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조합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4월 노동조합 설립 후 네이버와 교섭을 진행해왔다. 끝내 협의하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받아들였지만 회사는 협정근로자 지정 내용이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에 네이버는 쟁의권을 얻게 됐다. 협정근로자는 쟁의할 수 없는 근로자를 말한다.

오 지회장은 사측의 주장에 대해 "협정근로자는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쟁의행위로 인한 서비스 운영 관련 협의는 노조와 얘기하면 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가 결정했으니 따르기만 하라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사측이 응답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사람과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2주 후인 3월 6일 수요일에 쟁의행위를 열 계획이다. 현재 네이버 직원 3600여 명 중 12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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