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 음원을 듣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 결과, 음악을 온라인으로 즐긴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1200명 중 70.6%에 달했습니다. 이 중 유료로 음원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9.9%입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디지털 음원시장의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본격화된 AI 스피커 등 AI의 사업들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AI플랫폼 생태계는 가입자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록인 효과가 상당해 초기 단계인 AI 스피커 시장에서 사용자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올 상반기 전략적 요충지인 음원시장을 둘러싼 사업자간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미디어SR은 국내 주요 사업자들의 음원시장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다각화된 전략들이 꿈틀거리는 음원시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원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음악을 창작하는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음원 시장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미디어SR]

현재 가장 많이 듣는 음악, TOP100 순위차트 위주로 음악을 소개하는 음원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창작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TOP100 위주로 노래를 듣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를 위주로 소개하면 신인이나 중소형 기획사들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재 멜론, 지니, 네이버 뮤직 등 음원서비스 플랫폼 앱 첫 화면에는 음원 순위가 뜬다. 소비자들은 이 TOP100을 위주로 음원을 듣는다. 음원업계에서 TOP100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휴대전화를 수백 대 두고 특정 음악을 틀어 스트리밍 횟수를 늘리는 꼼수다. 스트리밍 횟수가 높아지면 음원 순위가 상승한다. 이런 사재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TOP100을 전체 재생하거나, TOP100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아 듣는다. 이런 소비 패턴은 장르 음악이나 신인 아티스트 등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킨다.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왼쪽부터 멜론, 지니뮤직, 벅스, 바이브. 멜론과 지니, 벅스는 앱 첫화면에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차트가 뜬다.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은 “TOP100 등의 차트나 추천음악 방식의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음악소비에서는 당연히 장르음악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현재 소비자들이 TOP100을 위주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해 TOP100을 없애는 등의 대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신인이나 무명 아티스트, 소형 기획사의 음원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지도록 플랫폼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순위차트 위주의 홈페이지 편성을 없애는 것은, 소비자들이 요즘 인기 있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요구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옳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신인들을 많이 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인은 멜론 메인에 띄우기도 힘드니까”라고 말했다.

다양한 음원을 소개하는 것이 창작자와 플랫폼의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발라드 가수 김승현 씨는 “TOP100 위주로 소개되는 음원사이트들을 이해는 한다. 상업적인 사이트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TOP100 이외의 곡들도 홍보가 잘될 수 있게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준다면 창작자들도 그리고 음원사이트 들도 더 좋은 이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 이사장은 대기업 음원 플랫폼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사에게 유리한 산업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예가 멜론이다. 카카오는 멜론, 로엔 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해 음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자사 제작 위주의 콘텐츠를 맨위에 진열하는 행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지속적인 노출은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진열에 대한 문제는 바로 유통사 자사상품, 즉 PB에 대한 우선적인 노출이다”라며 "한 마디로 반칙이자 불공정 행위”라고 꼬집었다. 

반면, 음원 플랫폼들은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멜론은 신인 아티스트 등이 홍보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 센터’라는 서비스를 2013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파트너 센터에 아티스트로 등록하면 해당 아티스트와 팬을 맺은 이용자들에 콘텐츠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멜론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파트너 센터를 오픈한 이유도 창작자의 상생을 위해서다. 카카오는 음원 제작, 유통, 플랫폼까지 다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보니 음원 업계가 커질수록 유리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지난 달 25일 새롭게 론칭한 음원 추천 서비스 ‘바이브’로 보다 다양한 창작자들의 음악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바이브는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다양한 음악을 추천할 수 있어 유명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무명, 신인 아티스트도 충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바이브는 이제 막 나온 서비스로 실제 신인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지 아직 증명할 수 없다. 멜론은 2013년부터 상생 정책으로 파트너 센터를 운영해왔지만 창작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을 보아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결국 창작자들은 플랫폼이 상생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신 이사장은 "수동적인 음악소비에서 장르음악이 소외되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다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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