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명동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승균 기자

시중 3대 금융지주사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변 없이 주주총회를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 권순원 사외이사 선임 부결

KB금융지주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추천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부결했다. 권 후보 찬성률은 4.24%에 불과했다. 이번 권 후보 추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이사제의 일환인 근로자 추천 이사제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해 대표이사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낙하산 이사선임 자격 제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변경 건도 모두 부결됐다. 특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 시 대표이사의 참여 제한은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내놓은 구체적인 방안임에도 부결됐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3선임 성공

김정태 회장은 23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8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한 시간가량 공격적인 질의가 쏟아졌다. 채용비리, 최순실과의 연루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는 원칙적인 답변으로 받아쳤다. 

최근 금융당국과 극심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이변은 없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라 CEO 승계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불안감과 함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비교적 조용히…. 사외이사 후보 원안대로 통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는 비교적 차분했다. 일부 의결권 자문사에서 일본계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라며 독립성 결여를 문제 삼았던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코리아 대표, 최경록 일본CYS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했다. NH농협금융지주 주주총회는 30일 열린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주주총회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전혀 동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 구성과 역할이 미흡하고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 절차도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해당 개정안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확대, 대표이사 선임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책임성 강화, 내부감사 실효성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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