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너] 황지영의 ‘사회 속의 기업 이야기’ – 열두 번째 이야기

 

일반적인 기부 캠페인들은 “좋은 활동, 선한 활동을 하세요. 당신의 작은 손길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이들의 고통을 나눠주세요” 라는 문구로 도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의 작은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일까?’라는 생각이 중요한 기부 동기로 작용하게 끔 한다.

이런 접근 방식이 효과는 있지만 한 가지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부 캠페인이 같은 식으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많은 단체가 비슷한 문구를 사용하고, 비슷한 접근을 하다보니, 차별화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비슷한 문구를 담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손길에 점점 더 익숙해 지고, 그러다 보니 기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재미’ 요소를 가미한 재미있는 기부 캠페인들을 살펴본다.

기부 활동에 재미를 더하다

2014년 페이스북에서 주목을 받았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캠페인을 기억하는가.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업인,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정치인, 연예인 등 많은 사람들이 얼음물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다른 사람들을 호명하며 캠페인 참여와 기부 활동을 장려했던 장면들은 상당히 신선했다.

참여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참가자가 도전을 받을 세 명을 지목하고 얼음물을 뒤집어쓴다. 지목을 받은 다음 참가자는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ALS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지명을 받은 빌 게이츠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습. / 출처

다른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모습, 자신과 친한 3명을 지목하고, 그들이 다시 또 새로운 3명을 지목하는 순환 고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 ‘재미’있는 캠페인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6월 1일-8월 13일 약 두 달간 온라인, TV를 통해 공유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 관련 비디오 수만 약 1백2십만 개가 넘는다. 7월 29일-8월 17일까지 트윗된 횟수는 약 2백 2십만 번에 달한다. #IceBucketChallenge, #ALSIceBucketChallenge, #StrikeOutALS 등의 해시 태그는 하루에 7만 여번이나 트윗되기도 하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ALS 협회는 무려 4천1백9십만 달러(한화 4백5십억원)에 달하는 기부를 받았다. ALS 협회가 1년간 기부받는 금액은 약 1천 9백 4십만 달러(한화 207억 원)인데 2달 동안에 연간 기부액의 두배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덧붙여 739,000명의 새로운 기부자도 얻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도 많았고, 그와 관련된 코즈(Cause: 명분)였던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인식도 향상되었다.

이후 2015년, 2016년, 2017년에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은 꾸준히 지속되었다. 2016년에는 얼음을 토마토 케첩, 피클, 맥주, 커피 등으로 대체한 “당신의 버킷안엔 무엇이 있나요?(What’s in Your Bucket?)” 캠페인이 운영되었다. 2014년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지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재미’라는 요소는 비슷비슷한 형식으로 행해지던 기부 캠페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몇몇 사례가 ‘재미’요소가 가미된 기부 캠페인으로 등장했다.

매운 칠리 페퍼 챌린지(The Great Rotary Hot Chili Pepper Challenge)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모델 삼아 론칭된 캠페인이다. 참여 방법은 로터리 클럽에 기부를 한 후, 칠리 페퍼(매운 고추류)를 선택해서 먹으며, 2명의 도전자를 호명한다. 매운 고추를 먹고 매워하는 모습, 그럼에도 즐거워 하는 모습과 기부 내용을 언급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고 #hotchilipepperchallenge 해시태그를 포함하면 된다. 이렇게 기부된 금액은 the Area 3 World Community Service projects, Washington Township Museum of Local History, Life ElderCare, Tri-City Rotary Clinic, New Haven Schools Foundation, the local Salvation Army, and an Interact charity의 6개 단체에 기부되어 지역 주민의 건강, 교육, 노인 복지, 사회 복지 향상을 위해 쓰이게 된다.

매운 칠리 페퍼 챌린지: 매운 고추를 먹고 매워하는 모습, 기부를 발표하는 비디오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캠페인. / 출처 

 춤추거나 기부하거나(Dance or Donate)

허리케인 매튜로 어려움 속에 있는 아이티(Haiti)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캠페인이었다. 참여 형식은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춤을 추지 않는 경우) 10달러(춤을 추는 경우)를 기부하면 된다. 공유하고자 하는 비디오에서 친구들을 초대하면 된다. 기부금은 저비용 물 필터 관을 설치하는데 사용되었다.

춤추거나 기부하거나 (Dance or Donate) 기부 캠페인: 아이티 지역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 캠페인에 ‘춤’이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 출처 

 

타코 또는 맥주 도전(Taco or Beer Challenge)

이 캠페인은 낙태 기금 네트워크(The National Network of Abortion Funds)는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가 주도한다. 참여 방법은 즐겁게 타코를 먹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둘 중의 하나를 한 후, 사진을 공유하고, 미국 가족계획 협회(Planned Parenthood) 등 낙태 권리(Abortion Rights)와 관련된 조직에 기부하는 것이다. 메인 해시태그는 #TacoBeerChallenge (2014년), #ToBC16(2016년) 등이다. 매년 8월 15일 조지아, 뉴욕, 오하이오, 워싱턴 DC,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등에서 킥오프 파티가 열리면서 캠페인이 시작된다. 이 지역 외의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타코와 맥주를 겸한 파티를 열고 기부하면 된다.

한국에도 퍼네이션(Fun+Donation)이라고 하여 재미요소가 가미된 예들이 있다. 게임을 하며 나무를 심으면 자연 보호를 위한 기부를 하게 되는 ‘트리플래닛’이나 100m를 걸을 때마다 1원씩 적립되고 적립된 기금은 장애 아동들의 의족 지원 사업 기금으로 쓰이는 ‘빅 워크’같은 캠페인이 그 예다.

요약컨대, 기업들과 비영리 단체들은 비슷비슷한 기부 캠페인들 속에서 어떻게 그들의 캠페인이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로 고민한다. ‘재미’가 곁들인 기부 캠페인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더 잘 기억되고,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면에서 효과적인 기부 캠페인 운영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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