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REO라는 브랜드의 가방과 팔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REO는 건국대 사회적 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6명이 만든 팀으로 서로를 돕자(Rescue Each Other)는 뜻을 가지고 있다.

REO팀의 제품 재료는 소방관이 입었던 폐방화복이다. 방화복은 불과 물에 강한 특수섬유 ‘메타 아라미드’로 만든다. 방화복은 3년간 입으면 소방관 안전을 이유로 버려지지만, 평상시 패션 원단으로는 손색없다. 화재 현장을 누비며 스며든 유독물질을 처음 씻어내는 게 까다롭지만 내구성이 강한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REO팀이 제품을 개발한 이유는 갖가지 질병으로 고통받는 소방관을 돕기 위해서이다.

화재 등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은 특성상 유독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암을 비롯해 다양한 중증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쉽지 않아 공상(公傷) 인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암 질환 발병을 이유로 소방관 25명이 공상을 신청했지만 1명만 받아들여졌다.

REO팀 관계자는 “평소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시민의 한 명으로 너무 미안했다”라며 “동료들과 함께 도울 방법을 찾다가 폐방화복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REO팀은 지난해 7월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과 함께 본격적으로 제품 제작을 시작했다.

건축학, 경영학, 철학 등 팀원 각각의 전공은 다르지만, 패션과 디자인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구하며 결과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소방관이 입던 옷으로 만든 제품’임을 알리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팀원들은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스스로 일을 처리하고, 사람을 만나며 제품을 만들어 나갔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동아리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을 살려 제품 디자인은 했지만 유통·판매 경로를 찾을 때는 어려움도 겪었다. 결국 REO팀은 지난달 포털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정식판매에 앞서 기부와 구매를 결합한 '소방관과 우리 서로가 서로를 구하다'라는 펀딩을 진행한 것이다.

펀딩은 폐방화복으로 만든 가방(6만 원)과 팔찌(1만7,000원)를 사거나 순수 기부를 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펀딩의 한 달간 모금 목표는 200만 원이었지만 열흘도 안 돼 640여 명이 참여했고 모금액 또한 1,800만 원이 넘었다.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제품 판매뿐 아니라 소방관 처우 개선 문제를 알리는 게 목적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었다”며 “지속해서로 공상을 당한 소방관에게 도움이 되도록 신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REO팀의 판매 이익 중 방화복 수거비용, 세탁비용, 제품제작비 등을 제외한 수익과 순수 기부금은 모두 소방관의 공상 인정을 위한 소송비용으로 지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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