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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SRI)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이었을까?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와 높은 수익률 간의 약한 연결고리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의 고려가 낮은 수익률을 가져온다는 오해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한편, 투명하고 표준화된 ESG 관련 자료의 부족이 SRI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가 SRI를 생각하는 582개의 기관투자자와 750명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5%의 기관투자자만이 SRI가 낮은 수익률을 의미한다고 응답했고, 74%의 응답자는 ESG 요소의 고려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의 ESG 공시와 관련해 92%의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ESG 요소를 분명히 밝힐 것을 원하며 60%의 투자자들은 ESG 성과에 대한 불분명한 기준이 SRI를 다시 한번 고려하게 한다고 답했다. 그 밖에도 46%의 개인투자자들은 현명한 결정을 위해 ESG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의 ESG 성과 보고서를 요구하는 가운데, ESG 정보 공시에서 유럽보다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 아시아 지속가능보고서의 선두 주자, 대만


전 세계의 기업들은 GRI가 제공하는 공시 데이터베이스(Disclosure Database) 페이지에 GRI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한 보고서를 게시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한국 기업의 이름으로 올라간 보고서는 39개였던 반면, 대만 기업의 보고서는 398개에 달했다. 전 세계 5,129개의 보고서 중 약 8%의 보고서가 대만 한 곳에서 나온 것이다.

대만은 아시아의 ESG 정보 공시를 선도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블룸버그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정보 공시와 관련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다섯 개의 기업이 모두 대만 국적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아시아·태평양 시장 최초로 대만거래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GRI G4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을 비롯한 금융, 화학 등 특정 사업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며, 특히 식품 가공업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대만거래소는 지난 2월에는 ESG 요소평가를 주제로 투자콘퍼런스를 개최하고 투자자들에게 비재무적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환경영향을 강조하는 홍콩


지난 1월 블룸버그의 ESG 정보 공시에 관한 조사에서 대만 기업들이 상위 다섯 개 기업을 독차지하고 있을 때, 홍콩은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2015년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는 것에 관한 규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그 결과 홍콩의 모든 상장기업은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ESG와 관련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는 목표와 성과에 대해 측정 가능한 지표로서 표기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자원 사용과 탄소배출, 안전과 건강, 교육, 공급사슬관리, 반부패와 지역사회 투자와 같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2018년부터는 환경영향에 중점을 둔 규정도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 규정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탄소 배출과 관련한 높은 투명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35개의 중국 국적 상장기업 중 21개의 기업만이 탄소배출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는 싱가포르


2016년 6월 싱가포르거래소가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상장기업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싱가포르거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의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비재무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ESG 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더 강조되면서 싱가포르 역시 그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거래소는 보고서에 포함해야 할 내용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기업들이 꼭 그 규정에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자체에서 어떤 요소들이 기업과 더 관련이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해서 기재하도록 했으며, 보고서를 발간하지 못할 때는 이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GRI의 공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보고서는 지난해 40개 기관, 43개로 대만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2011년에 등록된 보고서가 22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년 그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700여 개의 상장기업이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해야 하므로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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