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저출산이 시작된 것은 1983년이다. 이미 30년 전부터 한국은 합계 출산율이 2.1명 미만이었다. 그러나 저출산이 시작되고 13년 후인 1996년까지, 우리 사회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저출산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탓이다.

지금이라고 해서 저출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2018년 이후 한국이 인구절벽에 도달한다는 예측도, 당장 병역 자원이 부족해 현역 판정비율을 높일 것이라는 국방부의 발표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가 진행된다. 이 추세라면 2050년엔 생산층 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08년엔 6.8명이 부양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다.

한국형 저출산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속도와 크기다. 고령사회로 이행하는 데 프랑스, 미국, 일본은 각각 115년, 72년, 24년 걸렸다. 우리는 18년이 걸렸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쏟아부은 자원이 얼마나 될지는 예측이 힘들다. 그러나 그 사이 합계 출산율은 1.297명에서 1.3명으로 0.003명 증가했다. 그나마 2014년엔 1.205명으로 다시 떨어졌다. 회복은 힘들지만 떨어지긴 쉽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많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비해 그에 맞는 변화는 미미하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다가오는 모든 내일은 위기의 연속이다. 당장 가장 빨리 변화해야 할 곳은 기업이다.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일을 잘 하기 위해 가정을 포기해야 하는 우리의 조직문화는 우리 사회에도, 일하는 사람의 성장에도,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엄격히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가 주축이 되는 사회로의 변환을 준비하는 것이 두 번째다. 시니어의 욕구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것은 물론, 노인은 물론 장애인 등 모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당장 저시력자가 읽을 수 없는 각종 홍보물과 제작물을 모두 바꾸는 것이 그 예다.

현재의 속도라면 산업구조 전반이 빠르게 바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잘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받아볼 성적표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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