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모비스서 122억원100만원 수령
현대차그룹 ‘역대급 실적’…마진율도 껑충
지난해에만 18여개국 출장…외연 확장에 기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자동차·철강·조선·화학 등 중후장대 업계 연봉 1위 자리에 오르며 지난 한 해 그의 행보와 그룹 전반의 실적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122억원1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15억7500만원(12.9%) 늘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로부터 △급여 40억원 △상여 및 기타 소득 42억100만원으로 총 82억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현대모비스에서도 △급여 25억원 △상여 15억원을 합해 40억원을 수령했다. 다만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기아에서는 별도의 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다.

중후장대 업계 연봉 상위권에는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08억원을 받았으며 김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91억9900만원을 수령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84억2900만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83억2900만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81억5703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54억6600만원을 수령했다.

또한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은 45억9800만원을 받으며 친형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41억9500만원)을 넘은 것은 물론 철강업계 연봉 1위로 뛰어올랐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34억4100만원을 수령했으며, 안동일 현대제철 전 사장은 퇴직금을 제외하고 15억원을 받았다.

물론 중후장대 연봉 1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력하다. 그는 롯데지주와 4개의 계열사로부터 177억1500만원을 수령한 상황. 다만 지주사·유통·식품 계열사가 대부분인 만큼, 중후장대로 좁히면 중후장대 분야에서 신 회장이 받은 보수는 38억3000만원(롯데케미칼)에 불과하다. 실질적 1위는 정 회장인 셈이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실적 고공행진 현대차그룹, 내실도 챙겼다

정 회장의 이러한 급여 책정은 그룹이 역대적 성적을 거둔 결과다. 특히 체질 개선을 확실히 이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는 지난해 421만6680대를 판매하며 연결 기준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54.0% 증가한 실적이다. 기아 역시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총 308만7384대를 판매하며 매출 99조8084억원, 영업익 11조6079억원을 올렸다.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6.4%, 60.5% 상승한 수준이다. 양사의 성적을 합산할 경우, 판매량은 730만2451대에 달한다. 전년도보다 6.7% 증가한 것으로, 토요타그룹(1065만대)과 폭스바겐그룹(880만대)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현대차·기아는 연결 기준·별도 기준 모두 국내 상장사 중 1·2위를 꿰찼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6조6709억원, 6조30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수성해 온 삼성전자를 제쳤다. 국내 대표 제조업이었던 반도체를 뛰어넘어 완성차가 국내 1위 산업으로 등극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2.4%포인트 오른 9.3%, 기아는 무려 11.6%로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던 테슬라(9.2%) 보다 높다. 알루미늄을 녹인 액을 틀에 부어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캐스팅’ 방식으로 제조 비용을 40%가량 절감해 왔던 테슬라는 최근 각국에서의 무리한 할인, 수요 둔화, 전기차 일변도의 차량 포트폴리오 등의 한계로 점차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22년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6.8%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또한 현대차, 기아의 호실적에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9조2544억원, 영업이익 2조29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 13.3%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매출의 경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양사에 자동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고부가가치 부품 조립 집합인 ‘모듈’을 포함한 다수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및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화가 급속화되며 고부가가치 부품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3년 11월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Jurong Innovation District)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 이하 HMGICS)’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2023년 11월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Jurong Innovation District)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 이하 HMGICS)’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얼굴마담’ 자처한 정 회장…외연 확장 1등 공신

현대차그룹의 성과는 정 회장의 현장 경영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해외 곳곳을 누비며 ‘얼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18여개국에 매달 최소 1회 이상의 출장에 나섰고, 이 중 미국·체코·프랑스에는 3회 이상 다녀왔다.

이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175개국, 3000여명의 인사들과 만나며 유치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투표 당시에는 최종 결과 발표까지 지켜본 뒤 직원들을 격려할 정도로 유치전에 매진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각 국 주요 인사들과 만나면서 정 회장은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공 들이고 있던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대외적 이미지 개선은 물론, 잠재적 시장인 동남아시아·중동 등지로 외연 확장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의 제값 받기 정책이 통하면서 ‘싼 맛에 타는 차’ 이미지가 개선되는 중이다.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해 생산한 승용차와 레저용 차(RV) 해외 평균 가격은 각각 6292만원, 674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7.4%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의 RV 해외 평균가는 5779만원으로 전년비 13%가량 상승했다. 현대차는 3년 연속, 기아는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한편, 올해의 도약을 위해서는 출시 신차의 판매 증진은 물론 주주 환원 정책 등이 추가적인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보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 연구원은 “일부 이머징 국가(신흥 시장) 수요는 둔화되고 있으나 미국 등 선진국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에서 실적의 기본 체력은 높게 유지될 전망”이라면서도 “출시 예정인 주요 신차 판매 호조에 따른 추가적인 실적 개선, 금리 안정화 및 이머징 경기 회복, 보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등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봤다.

이에 현대차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도 제품과 브랜드 가치 상향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제네시스는 북미와 유럽 등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N브랜드 확대를 통해 상품성을 고급화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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