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관리 하냐" 주주들, 송곳 질문과 성토
배당정책·HBM·미래 ESG까지 다양한 질문
사업전략 발표·주주와 대화시간 등 첫 마련
한종희·경계현·노태문 등 경영진 13인 출동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경영진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경영진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대체 적자가 나는 SK하이닉스보다 흑자인 삼성전자 주가가 더 저평가된 이유가 뭡니까?"

제 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가득채운 건 주주들의 날카로운 송곳 질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약 259조원을 기록하며 300조원을 넘겼던 직전년도와 비교해 실적이 크게 둔화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경기 둔화에 가전,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경험(DX) 사업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모두 실적이 급감했다. 주가는 7만원대 초반에 갇혀 지지부진한 상황. 삼성전자 주주 수는 최근 467만명선까지 하락했다.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한편 주주들의 질문에 각 사업부문별로 답변해주는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한종희 DX부문 부회장 외에 경계현 DS부문 사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 사장 등 13명의 경영진들이 총출동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다. 

한종희,  "주주 기대에 못미쳐 사과 드린다"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주총은 한 부회장이 의장을 맡아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올해 중요 의안으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총 6가지 의안이 원안대로 가결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분기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8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주주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한 주주는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결부지어 기대했는데 크게 나아진 게 없다"며 "분기배당금을 보면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안일하게 대응하는게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또 다른 주주 역시 "주주들의 기대는 주가 성장과 배당인데 삼성전자는 아쉽다"며 "지난해 연말 4분기 3조6000억원의 영업익을 예상했는데 2조8000억원 하는 바람에 주가가 7만7000원까지 떨어지고 지금은 7만원대 초반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미래 사업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높은데 삼성전자가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주주는 "하이닉스 보면 주가가 지속 상승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그대로인데 HBM 때문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주주도 "주가가 하이닉스보다 저평가됐는데 주가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거냐"면서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을 잘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날 한 부회장은 "지난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반도체 산업 업황 둔화와 경기둔화로 경영여건이 어려웠다"면서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못 미쳐 경영진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 기대로 AI향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AI 탑재 스마트폰 판매 활성화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노조리스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한다고 하는데 경영자로서 대처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한 소통으로 노조 파업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노력에도 파업할 경우 노동 관계법령하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종희·경계현 "AI 수요 확대...삼성에게 기회"

올해 삼성전자는 주총 안건 표결 이후 주력사업인 DX와 DS부문의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경영 현황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소통 강화를 위해 주총 사상 최초로 마련한 자리였다. 

먼저 DS 부문 계획을 발표한 한 부회장은 "향후 초연결 AI 시대에 맞춰 강력한 보안과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삼성전자의 보안기술인 녹스와 녹스 매트릭스, 녹스 볼프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한 부회장은 ""새로운 AI 경험을 전 디바이스와 서비스로 확대해 전 제품에 AI 기술을 탑재할 것"이라며 "차세대 전장, 로봇, 헬스 등 미래 기회 요인을 적극 발굴해 차세대 격전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온디바이스AI 역량을 모바일 전반에 확대하고 일반 가전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게획도 발표했다. 한 부회장은 "이를 위해 자체 생성형 모델인 가우스를 지속 고도화하는 한편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다양한 빅테크 스타트업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삼성전자
2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삼성전자

이어 경 사장은 "지난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어려웠고 많은 도전과제를 안겼다"고 평가하며 "메모리는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확대가 필요하고 R&D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AI 등 신기술 대응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의 회복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대해선 "근원적 경쟁력이 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사업적으론 올해 1월부터 흑자에 돌아섰으며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정도 궤도 오르면 내년부터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300억불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DS 부분 매출도 2022년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30년 2300억불 수준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동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20조원을 투입해 건설되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기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경 사장은 "2024년은 삼성 반도체 사업이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재도약과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강화, 초일류 기술 리더십,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2~3년 안에 반드시 세계 1위를 되찾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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