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부탁으로 카카오 경영쇄신 투입
개인 SNS 통해 공동체 비리 의혹 폭로
윤리위 "언론대응 가이드 위반했다" 지적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사진=브라이언임팩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사진=브라이언임팩트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의 경영쇄신을 위해 지난해 투입됐던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물러난다. 최근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윤리위)는 내부 공지를 통해 김 전 총괄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의 최측근이다. 지난해 11월 활동 초기, 카카오 공동체 내 숨겨진 비리 의혹과 방만한 경영실태를 폭로하는 등 경영쇄신에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다. 

카카오는 뉴 카카오를 위해 올 초 김범수·정신아 공동의장 체제로 CA협의체를 새로 꾸린 상황.  공동체 내부 규율을 어긴 김 전 총괄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쇄신 의지를 강력히 하면서 구성원들을 결속시키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폭언, 비리 의혹 제기...카카오 흔든 김정호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을 해고했다.

카카오 윤리위는 지난 16일 내부 공지글을 통해 김 전 총괄이 언론 대응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가이드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그를 해고한다고 알렸다.  

김 전 총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9월부터 카카오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을 맡아왔다. 창업자의  30년지기로 높은 신임을 받고 쇄신 구원투수로 영입됐으나 활동 6개월도 안 돼 떠나게 된 것이다. 

카카오 윤리위는 "법무법인 두 곳에 감사를 맡긴 결과 김 전 총괄이 주장했던 카카오 내부 비리의 상당 부분은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김 전 총괄은 카카오 안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울아레나와 제주 ESG센터 관련 공사업체 선정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특정 부서 골프 회원권 독점 등 여러 내부 문제점과 방만한 경영실태에 대해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괄은 내부 임직원에게 조사 과정 중 욕설을 하고 개인 SNS에 문제점을 고발하는 식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김 전 총괄은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 '셀프 징계'를 택했고 카카오 윤리위는 관련 사안에 대한 고강도의 내부 감사를 시작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임직원들과 2년10개월만에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임직원들과 2년10개월만에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카카오

홍은택 이어 김정호도...창업자 최측근 줄줄이 떠나

카카오가 김 전 총괄에게 '해고'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 이유는 사법리스크라는 사상 최대 위기 속에서 내부 분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공동체 에는 '100:0' 이라는 원칙이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되 외부에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는 의미다. 김 전 총괄은 이를 어기고 개인 SNS를 통해 사실 확인이 안된 의혹들을 외부에 공론화, 카카오의 대외 평판도를 악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다만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총괄이 카카오에 기여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김 전 총괄은 외부에서 온 인물로 카카오 내부의 조직문화와 업무처리 과정 등을 제3자의 눈으로 관찰, 조사하며 보다 객관적으로 카카오의 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제기한 여러 의혹들이 문제가 없는지 정확한 조사를 거치게 됐고 카카오 내부 조직문화도 쇄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카카오 윤리위의  김 전 총괄 해고는 공동체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의미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30년 지기다. 창업자 최측근에게도 예외없는 윤리적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이달 홍은택 현 카카오 대표도 물러날 예정이다. 이로써 그간 회전문 인사를 반대해온 카카오 내부 구성원들에게 경영진의 강력한 쇄신 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는 향후 카카오 인사 정책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최근 자율경영 대신 내부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도록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수평적이고 개인적인 조직문화도 손보고 있다. 공동체 내부 규율을 어긴 자에게 해고라는 처벌을 통해 조직의 기강을 잡고 유사한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카카오를 떠나는 김 전 총괄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김 전 총괄은 윤리위에 본인의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