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투자 가시화하며 시장 진출 본격화한 알리익스프레스.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 가시화하며 시장 진출 본격화한 알리익스프레스.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최근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그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일각의 시각과는 달리 일선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경우 알리바바 모그룹의 조 단위 투자가 있지 않는 이상 국내 시장 확대는 한계가 있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단 금액은 연간 1000억원 수준이어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조 단위 금액을 쏟아부어도 적자를 넘어 흑자를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다.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선 식품 경우 더욱 그렇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3월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에 국내 진출한지 5년 만에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 내 기업과 소비자 간(B2C) 온라인 쇼핑몰로 글로벌 중국 직구 사이트다. 테무도 중국 직구 사이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초저가 전략으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 잠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이들 중국 플랫폼은 국내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역할할 뿐 위협적인 존재는 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떼다 팔던 중국산 제품 경우 이들 플랫폼이 훨씬 더 저렴하다"며 "중국산 제품 경우엔 알리·테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글로벌 4위' 국내 이커머스, 만성적자에 경쟁 치열..."조 단위 쏟아부어도 쿠팡처럼 성공 쉽지 않아"

이처럼 보는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어서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글로벌 4위 규모로 글로벌 아마존도 한국에 직접 진출을 꺼리고 11번가를 통해 우회 진출할 정도다. 

국내 익숙한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한 식구가 된 티몬과 위메프 할 것 없이 누적 조 단위 적자를 견뎌야 하는 시장인 것이다. 다시 말해 조 단위 투자를 쏟아부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란 것이다. 

업계는 "현재 한국 시장은 조 단위 돈을 써도 쿠팡만큼 성장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들은 전부 매각했거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나 인터파크 쇼핑이 예외적으로 흑자를 내본 적이 있을 뿐 유통 그룹사 이커머스 쓱닷컴, 롯데온 모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초저가 중국산'은 알리·테무 자신들 것" 주장하는 격...'신선'은 구색 정도 가능성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가 이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황을 몰랐을까.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국 시장에 진출한 걸까. 

알리익스프레스가 공식화한 투자 금액을 봤을 때 당초 이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리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짚어볼 수 있는 것은 한국 내 자국인 중국 직구 수요를 자신들이 흡수하겠단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단 얘기다.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자신들의 중국산 제품을 저가에 한국 내 오픈마켓에 판매해온 한국 판매자(셀러)들의 몫을 애초 자신들의 것이라고 보고 찾아가겠단 것이다. 

그렇다면 신선 식품은 왜 취급하는 걸까. 본격적으로 국내 신선 식품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겠단 것보단 한국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상품 구색 정도로 필요해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또 다른 하나는 K 베뉴(venue) 코너를 두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역직구 플랫폼을 운영하려는 의도다. 애당초 글로벌 상위권 이커머스 시장인 한국 시장의 한국 제조사·브랜드를 입점 시킴으로써 자사 플랫폼 내 K 상품 판매자를 확보하고 이에 기반한 자국 내수 수요의 역직구를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단 것이다. 결국 한국 판매자를 입점 시키려면 한국 고객의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1000억원 투자를 가시화하기 전까지 알리익스프레스는 마케팅 투자를 지속하며 이 작업을 지속해왔단 것이다. 

이외 알리익스프레스 경우는 목표 시장 자체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공략국은 미국 등지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상위권의 중국 인접 국가인 한국을 이들 시장 전초 기지로 삼고 배송 경쟁력 등을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자신들 중국 플랫폼인 테무에 밀리고 있다.  

'초저가' 경쟁력의 알리·테무..."중국산 이외 브랜드, 초저가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업계가 알리·테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자국 중국산 제품들을 초저가로 판매할 수는 있어도 브랜드 상품을 그처럼 싸게 파는 덴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테무는 저가도 그냥 저가가 아니라 초저가 상품을 차별화 강점으로 내세운다. 국내 플랫폼들과 경쟁할 때 자신들의 중국산 저가 제품을 초저가로 파는 것 이외에 다른 브랜드 상품을 초저가로 파는 것이 가능하겠냔 말이다. 업계는 "알리·테무가 브랜드 상품을 100원에 파는 게 가능하겠냐"고 되묻는다. 이어 "한국의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 초저가인데 자신들의 중국산 제품 말고 브랜드 상품을 100원에 팔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그들의 경쟁력은 뭐겠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엇비슷한 할인율 경쟁을 해선 플랫폼 신뢰도를 볼 때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놔두고 굳이 알리·테무로 넘어가겠냔 것이다. 이들 플랫폼은 국내 고객센터조차 없다. 소비자들은 초저가니까 모든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 구입하는 것이다. 

국내 업계는 "플랫폼의 고객 신뢰도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십수년 간 일궈온 신뢰다. 

입점 브랜드 상품 수도 마찬가지다. 현재도 해외 브랜드 상품은 없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만년필 파카 브랜드는 없다. 

물류센터 짓는다 해도, '신선' 취급한다 해도...."위협적이지 않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를 짓더라도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 건립 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 아직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 알려진 것은 없지만 국내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오픈마켓 사업자로서 판매자 풀필먼트 서비스 등이라든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을 갖추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신선 식품은 할인율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일단 할인율만 봐도 당분간은 물류센터 없이 업체 배송으로 무료 배송, 10% 할인 등 일정 할인율로 판매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냔 것이다. 국내 업계는 "우리 이커머스 플랫폼도 이런 할인율, 무료 배송 지원 등 이미 다 해봤다"며 "지금까지 쉽지 않은 게 신선 식품"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선 식품 품질 문제가 있다. 이는 만만한 이슈가 아니다. 업계가 파악하기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재 오픈마켓 신선 식품 경우 최근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가 전면화한 요 몇 년에 걸쳐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다. 

국내 대형마트 "갈고 닦아온 '신선' 경쟁력, 하루 아침 된 것 아냐"...맞붙으면 결과는 자명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오픈마켓에서 개별 신선 식품 판매자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실패 사례가 쌓이고 있다. 오픈마켓 경우 단순히 판매자를 유치하고 플랫폼은 거래 중개자에 그칠 뿐이어서다. 소비자들이 상추 하나를 살 때 어떻게 자라는지, 주변 생육 환경이 어떤지 이 히스토리에 대한 관리도 안 된다. 신선 식품은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재작년 말부터 확대되고 있다. 

오프라인 신선 강자 대형마트업계는 "알리·테무에 위기 의식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어느 기업이 붙어도 뒤질 수 없는 수십년 간 이뤄온 경쟁력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이어 "국내 대형마트는 업력이 긴 만큼 주요 산지, 우수한 생산자와의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협업이 쉽다"고 덧붙였다. 또 "대량 직매입을 통한 가격 안정화는 물론 세세한 품질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했다. 계약 재배, 포전 거래 등을 통해 재배 단계에서부터 높은 품질 기준을 적용해 물량 확보와 가격 협상도 진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업계는 "전국적으로 효율적인 물류 체계도 갖추고 있어 신선도 측면에서 어느 업태도 따라오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신선식품 가공·저장 센터도 직영으로 운영한다"며 "대형 행사나 장마철, 김장철 등 물량 이슈가 생길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신석 식품 관점에서 대형마트 장점 일례로는 홈플러스 통합 소싱이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애초 동일 법인 내 포맷별 상품 전담 부서를 구심점으로 삼은 조직 구조로써 일찌감치 통합 소싱을 이뤄왔다. 구매 단계 통합뿐 아니라 상품 판매 단위까지 통합 소싱 고도화를 이뤘다. 상품 단위 통합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춰온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이런 신선 식품 인프라를 가질 수 있냔 문제라는 것이다. 농가가 직접 입점한다고 해도 알리로선 매일의 신선 품질 관리는 오롯이 해당 판매자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의 이 취약성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국내 소비자들이 경험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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