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투증권 등급 '부정적' 하향 조정
"자회사 PF비중..그룹 전체 부담 가능성"
저축은행·캐피탈 등 브릿지론 비중 높아
한투證, 투자액 묶이면 유동성악화 우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제공 =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제공 = 한국투자증권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이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특히 그룹지주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높은 브릿지론 비중을 보유한 지주 자회사인 저축은행·캐피탈의 유동성 문제와 부동산 투자에 활용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묶여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등급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둔화로 인해 국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정적' 등급전망은 향후 6개월 이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S&P글로벌은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한국 증권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수익성 부담이 2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상당한 규모의 해외대체투자와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갖고 있어 향후 2년 동안 손상차손과 충당금 추가 적립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부동산 리스크가 한국금융지주 산하의 다른 자회사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S&P글로벌은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투자캐피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자산 규모 대비 높은 부동산 익스포저는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돼 한국투자증권 및 지주사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면서 "공격적인 발행어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조달과 운용 간 만기 불일치 확대로 자금조달 및 유동성 수준이 크게 약화될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부동산 PF 비중에 우발부채도 높아.. 계열사도 리스크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국내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3조9000억원으로 국내 3조1000억원, 해외 8000억원이다. 국내 익스포저 중에선 브릿지론 규모가 약 9400억원으로 양적 부담이 높고, 중·후순위 비중은 약 57%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1561억 원이던 충당금은 올 3분기 말 310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다만 S&P글로벌이 언급한 것과 같이 한투증권은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의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로 신용평가 등급 하락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총 3조2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대출(6조9902억원)의 46%를 차지하는 규모다. 부동산PF 연체율도 6.7% 수준으로 나타내며 국내 주요 5개사 평균 대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캐피탈도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영업자산 규모 4조8000억 가운데 약 40%인 2조원 규모가 부동산 금융자산이다. 이 중 본PF는 7000억원, 브릿지론 8000억원, 부동산 및 토지담보대출 4000억원 등으로 브릿지론의 비중은 42.1%에 달한다. 

현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PF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한국투자증권과 그 자회사들이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 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증권사의 경우 13.85%로 전분기 대비 3.43p(포인트) 줄었으나, 여전히 보험(0.73%→1.11%), 저축은행(4.61%→5.56%), 여신전문(3.89%→4.44%), 상호금융(1.12%→4.18%) 등은 증가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동산 PF 문제로 두 자회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된다면 결국 지주사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년새 발행어음 3조 늘린 한투증권...부동산 불황 장기화 되면 유동성 악화 우려 

부동산PF 리스크에 따라 한투증권이 공격적으로 발행해온 발행어음도 신용평가 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브릿지론 등 부동산 투자에 활용한 경우,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 돼 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이상이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로 지정된 증권사들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며, 자기자본 대비 최대 200%까지 발행 가능하다. 고객이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면 이를 증권사가 기업·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해 원금과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다만 발행어음은 발행 공시나 신용평가 등 규제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4조2400억원으로 전년 말 11조232억원 대비 29%(3조248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한 KB증권(8조2872억원), 미래에셋증권(7조1434억원), NH투자증권(4조7028억원)중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8조원 수준인 한투증권의 발행한도는 약 2조원 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한투증권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배당과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확대하며, 발행어음을 무제한으로 발행 할 수 있는 IMA(종합투자계좌) 인가 취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브리지론 만기 연장이 늘어나고 투자 자금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S&P글로벌에서 부정적 의견을 낸 것"이라며  "특히 발행어음 잔고가 많고 IMA까지 추진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투자 자금 회수가 지연됨에 따라 만기가 도래한 어음 상환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을 것"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잔고가 늘어난 이유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발행어음 수익률이 올라갔고, 시장 불안에 따른 단기 자금 운용 니즈가 늘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금융에 투자 할 수 있는 비중은 30%로 한정돼 있고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등 유동성 관리도 적절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