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위해 2500억 유증...교보 지분 51→84%
주주 “신주 발행, 주가 희석” vs 교보 “희석없어”
사외이사 선임 두고 지배구조 논란...표대결 가능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 /사진=최태호 기자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 /사진=최태호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종합금융투자사(이하 종투사) 진입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교보증권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종투사 자기자본 요건을 달성하기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 대한 무효 소송이 제기된 것. 앞서 대주주인 교보생명이 배당을 포기하는 등 '주주달래기'에 나섰지만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주식 가치 희석 여부가 쟁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교보증권 주주 윤모씨는 지난달 28일 교보증권을 상대로 지난해 8월 31일에 액면 5000원의 보통주식 4930만9665주를 신주 발행한 데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교보증권은 해당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 및 방어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20년과 지난해 수익성 강화·종투사 인가·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신주를 발행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2865만주(2000억원), 지난해 8월에는 4930만주(2500억원)를 교보생명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늘렸다. 최대주주 교보생명의 지분도 당시 51%에서 2020년 유상증자 후 73%, 지난해에는 84%까지 늘어났다.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유통주식 대비 70~80%에 달하는 수준의 유상증자를 잇따라 시행하면서 당시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교보증권의 주가는 지난해초 6000원대를 고점으로 지속 하락했다. 8월 유상증자 이후에는 4000원대 후반에서 5000원 초반대에 머물다 올초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으로 주목받으며 5700원대까지 잠깐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며 11일 532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지난해 발행의 경우 액면가액(5000원)과 거의 차이가 없는 5070원의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헐값에 가까운 금액으로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됐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주 발행 전 교보증권의 주당순자산(BPS)은 2만4572원이다. BPS는 기업의 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금액을 의미한다. 즉 순자산 가치 대비 5분의 1 수준인 저렴한 가격으로 신주를 찍어냈다는 의미다.

교보증권은 당시 주가로 발행가를 선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시 주가가 저렴했던 만큼 그에 맞는 수준으로 책정한 것이고, 배당금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대주주인 교보생명은 전혀 받지 않는다”며 주식 가치 희석 가능성을 일축했다.

법조계 관계자 역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은 대체로 경영권 분쟁 여부가 쟁점인데 교보증권의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승소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총 표대결 가능성은?

다만 소액주주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소액주주와 대주주간 표대결이 벌어질 지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교보증권 소액주주들은 윤모씨의 소송에 대해 ‘필요하면 지분을 보태겠다’, ‘적극 지지한다’, ‘권리도 위임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지분이 소액주주의 지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만 3%룰을 적용하면 소액주주들에게도 승산은 있다. 상법에는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기존에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된 만큼 이번 소송이 소액주주들이 집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앞서 교보증권은 윤예준, 이중효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 사외이사는 교보생명에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여신운용실장 임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경영진의 직무를 견제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이 모기업 임원 이력이 있어 비판이 제기된 것.

이 사외이사도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교보증권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에서 대표이사를 재직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교보생명 사외이사도 재직해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진=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사진=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주총에서 두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른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두 사람의 사외이사 선임 건이 논의된다. 윤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로 분리선출돼 3%룰이 적용된다.

다만 주주집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룰이 있고 소액주주들이 결집한다면 이사선임 반대표를 모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주주제안도 이미 끝났고 주총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안 돼 주주들의 집결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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