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가 밀어올린 가계대출, 10개월 연속 증가
'대출 억제'에 금리 올린 은행권은 이자장사 논란 우려
충돌하는 당국發 정책에 '교통정리 필요' 목소리도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내놓은 주요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은행업계 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당국의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벌써부터 ‘이자장사’ 논란의 재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엇박자를 초래하는 주요 정책금융 상품의 공급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생아특례대출, 온라인 대환대출,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올 초 금융당국이 선보인 주요 가계대출 관련 정책이 충돌하면서 실효성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및 이자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정책이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 대출 금리는 오르고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금융정책이 기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셈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올해도 꺾이지 않는 대출 증가세

실제로 최근 국내 은행권 내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1.5~2%로 제한하고 은행권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922억원으로 전월(695조3143억원) 대비 477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한 것은 좀처럼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37조96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712억원 증가했다. 물론 지난해 12월 대비 1월 증가폭(4조4330억원)에 비해서는 약 40%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2조원이 넘는 높은 수준의 증가 규모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여타 대출 상품의 잔액은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685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760억원 줄었고, 전세대출 잔액은 120조3323억원으로 한 달 새 4088억원 가량 감소했다.

은행업계는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난 1월부터 전세대출로까지 확대된 대환대출, 그리고 2월 중 시작된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을 꼽고 있다. 일반적인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이들 정책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차주들이 몰리면서 대출 잔액이 확대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지난 1월 말부터 3주간 약 3조 4000억원의 자금이 공급됐다. 이 중 디딤돌 대출(구입자금) 대환대출이 총 8201건(61%), 잔액 2조1339억원(63%)으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특례 디딤돌 대출과 특례 버팀목 대출(전세대출)의 평균 금리가 각각 2.41%, 2.32% 수준으로 4%대 초‧중반대에 형성된 시중은행 대출 상품 금리에 비해 낮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대환대출 또한 신생아특례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초 시행 이후, 불과 3주 사이에 약 4.2조원 가량의 신규대출이 신청됐고, 그 중 1.23조원이 실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시작된 전세대출 대환 역시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700억원에 달하는 신규 대출이 공급되며 초기 흥행에 성공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충돌하는 정책에 은행권은 ‘난감’

다만,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은행권이 다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례대출 상품과 병행하고 있는 가계대출 억제 조치가 서로 부딪히면서 은행권에 적잖은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

특히 당국 조치에도 아랑곳없이 가계대출이 불어날 경우 지난해 ‘50년 만기 주담대’ 논란에 또 한번 ‘이자장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은행권은 주요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고정형,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1%p~0.3%p 가량 올렸다. 현재 이들 은행이 운용하는 주담대 금리는 5.5%~5.8%(최고금리 기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은행권의 금리 인상이 결국 이자수익 증대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근 주담대 금리가 추종하는 코픽스(COFIX)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1월까지 두 달 연속 하락했고, 또 다른 지표금리인 은행채도 점진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표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이자장사 논란을 키우는 것이라는 게 일각에서 나오는 비판의 근거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락가락하는 대출 금리의 흐름은 금융당국의 엇박자 정책 행보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 1월 대환대출 서비스 출범 당시 금융당국은 대환대출의 정책적 목표로 ‘건전한 금리 경쟁을 통한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다만, 이후 금융위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사실상의 금리경쟁 자제를 권고하는 등 앞선 정책과 충돌하는 발언으로 은행권 내 혼란을 부추겼다는 게 업계 내부의 주장이다.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 사진=금융위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 사진=금융위

은행권 “정책 교통정리 필요”

은행업권 내부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영업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당국의 소위 ‘정책 교통정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당장,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부터 시행 중인 ‘스트레스 DSR’ 조치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적용하는 변동형 주담대의 DSR에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 한도 축소를 통한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유도하겠다는 해당 제도가 또 다른 ‘정책 엇박자’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DSR 적용 이후, 현재 변동형 금리는 기존 금리에 0.375%p 가량의 가산금리가 더해져 공급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0.75%p, 내년에는 1.5%p의 가산금리가 적용돼 금리가 인상된다.

다만, 이러한 금리 인상에도 추후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차주들이 전략적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또 한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자장사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은행권은 우려하고 있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에 의한 가계대출 증가도 은행권의 입장에선 고민이다. 특례대출의 경우 1~2%대의 낮은 금리에 DSR규제도 받지 않아 사실상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각에서 이러한 정책금융상품이 일반 대출 상품 수요까지 밀어 올리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이자부담 경감 정책과 대출 억제 정책이 서로 충돌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은행권의 혼란을 줄이고, 각 정책의 효과가 온전히 발생할 수 있도록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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