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2022년 국내 식품업계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3000평 가량의 대규모 김치 공장을 통해 생산을 시작했다. / 사진=대상.
대상은 2022년 국내 식품업계 처음으로 미국 현지 3000평 가량의 대규모 김치 공장을 통해 생산을 시작했다. / 사진=대상.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식품업계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며 현지 생산 공장도 늘려가는 추세다. 이유는 뭘까.

여기엔 식품 기업별 사정과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수요 확대다. 이외 소비 기한, 물류 여건 등에 비교적 민감한 상품을 취급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2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부분 식품기업들은 수출 식품 수요 확대에 따라 현지에 직접 생산 공장을 지어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과 오뚜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계는 "몇백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그만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이에 따른 매출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사실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지으면 이는 더 이상 수출이 아니라 세운 나라의 공장이 된다. 이처럼 생산을 현지화하면서 공산품 등과 달리 식품 특성 상 수출에서 막혔던 여러 장벽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장벽을 해당 국가로부터의 지원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농심은 "현지에 진출, 직접 투자함으로써 수입 물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밟는 대신 여러 제도적인 뒷받침을 받아가며 식품을 더 빠르게  유통 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농심은 현지 생산 기지 운영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과 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요구나 희망 사항을 파악해 제품, 프로모션에 반영하기가 수월해진다는 장점을 꼽고 있다. 농심은 "수출 경우엔 국내에서 해외 현지 고객 성향을 파악해야 했다면 현지에 기지를 둘 경우 직접 식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의견 수렴이 더 쉽다.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출 장벽은 라면을 수출하는 농심·오뚜기보다 만두와 김치 등 냉장·냉동 신선·가공 식품을 수출해온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 경우가 부딪힌 부분이다.  

국내에서 수출하게 되면 현지 기준 등에 맞춰야 하는데 식품을 수출하는 기업엔 넘기 힘든 장벽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의 글로벌화 주력 식품인 비비고 만두는 냉동 식품이기도 하지만 한국이 구제역 국가여서 돼지고기 수출이 어렵다. 이 문제도 현지에 공장을 세워 해결하게 된 것이다. 

원료 수급 문제도 있다. 대상 경우 김치 수출량이 증가하며 특히 급증한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게 된 경우인데 국내에서만 생산하면 국산 재료만 쓰게 된다. 이 경우 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해외 수요 공급엔 차질을 빚게 된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면 이런 원재료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김치 수요는 미국과 한국 생산 공장에서 동시에 물량을 공급해야 할 정도로 많다. 

김치라는 식품 특성상 상온 김치 경우 수출로는 현지 도달까지 거의 한 달 가량이 걸리면서 발효 식품이더라도 신김치 상태로만 소비하게 될 수도 있어 현지 공장 생산으로 대응하는 부분도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풀무원 경우는 CJ제일제당과 대상과는 다소 다르게 현지 생산 공장 운영은 현지 수요보단 소비 기한 등 두부, 생면 등 수출 식품 특성 때문이다. 일례로 두부 현지 전체 수요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소비 기한 등에 민감한데, 생산 공장을 직접 짓기 보단 생산 기지도 확보하고 현지 유통 채널 입점도 도움 받을 겸 '나소야'라는 브랜드의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현지 공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물류비도 냉장 식품 경우 더 비싸다. 수출할 때 두부와 생면 등은 프리미엄 물류를 써야 한다. 코로나 사태 기간 이로 인한 비용이 다른 식품기업들보다 더 부담이 됐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2020년엔 현지 두부 공장 증설, 2023년 9월경엔 현지 아시안 누들 생면 공장 증설 등에 나서오고 있다. 

다만 이런 물류비와 수출로 인한 시간 절감은 농심과 오뚜기 등 냉장·냉동 식품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업계 공통으로 환율로 인한 영향도 줄일 수 있다. 

"'만두·김치·라면' 글로벌 수요 급증" 현지 생산 공장 지어 부응....매출 확대 기대감  

현지 공장 운영과 주력 생산 식품 현황 등은 이렇다. CJ제일제당 경우 대표 수출 품목은 비비고 만두다. 만두 경우 캘리포니아 풀러튼 공장, 뉴욕 브루클린 공장, 뉴저지 공장, 슈완스 버몬트 공장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냉동 피자기업 슈완스 인수를 통해서도 미국 내 생산 사업장을 확대했다. 슈완스 인수는 콜드체인 시스템 확보 의미도 크다. 현재 생산 사업장은 국내 23개, 미국 19개다. 미국 경우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8번째 만두 생산 공장 부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외 중국 4개, 중국 제외 아시아 11개, 유럽 2개 모두 59개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도 김치를 수출하지만 대상은 국내 김치 수출기업으로선 처음으로 202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공장에서 대규모 김치 생산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200억원을 투자해 대지 면적 약 3000평(1만㎡) 규모로 제조 라인과 원료 창고 등 시설을 갖췄다. 연간 2000톤 가량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을 통한 연간 매출액 목표치는 2025년까지 약 1000억원이다.

대상은 종가집 김치를 미주지역뿐 아니라 오세아니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김치 수출 2위 국가로 김치 수요가 기존 교민 등에서 현지인으로 전환되며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11번째 해외 생산 기지로 연간 3000톤 생산 능력을 갖춘 폴란드 김치 공장도 완공한다. 현재 대상은 글로벌 10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진출해 1995년 로스앤젤레스에 두부 공장을 지은 이후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 기업을 인수했다. 현재 풀무원 미국 법인은 미국 두부 시장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해상운임비 등으로 영업손실을 봤지만 매출은 2019년 2130억원대에서 2021년 2386억원으로 확대돼왔다.  

라면업계 농심은 미국에 생산 법인 농심아메리카를 두고 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생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2022년엔 제2 공장을 완공해 생산 능력을 약 70% 확대했다. 올해 하반기엔 이 제2 공장 생산 라인 증설에 착수한다. 내년엔 미국 제3 공장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부지 마련 단계에 있다. 2030년까지 미국 매출 목표는 현재의 약 3배인 약 2조원 가량(환율 1336원 기준 15억 달러)이다. 이외 농심은 중국 심양·상해·청도·연변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생산 공장이 많지는 않지만 오뚜기도 미국 경우 생산 공장을 위한 부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무엇보다 오뚜기는 베트남 등은 생산 공장이 인접 국가 진출을 위한 전초 기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오뚜기는 "베트남 경우 판매 법인과 현지 공장이 함께 있는 최초 법인"이라며 "그러다보니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국가 수출에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