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위, ‘혁신’ 여론에도 내부 인사 선정
포스코 “장 전 사장, 철강과 신사업 정통”
그룹 신임 두텁고 현 정권과 궁합도 좋아
"후보로서 자격 증명도 필요" 여론도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포스코홀딩스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어려운 철강 시황과 신사업 전환 등 '혁신의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잠재우고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부 인사’가 낙점된 데 대해 분석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회장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

장 전 사장이 철강은 물론 신사업 분야에 정통한 데다, 내부 신뢰가 두터운 만큼 업계에서는 '혁신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택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어려운 시기에 회장 직을 맡아야 하는 데다, 최정우 회장과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해 적격성 증명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8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장 전 사장을 포스코그룹의 회장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장 전 사장은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장 전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지난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했다. 이후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분야 최고 전문가다.

후추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 전 사장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며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型 新지배구조 개선 및 CEO후보추천위원회 주요 진행경과. 이미지=포스코
포스코型 新지배구조 개선 및 CEO후보추천위원회 주요 진행경과. 이미지=포스코

철강·신사업 통 & 그룹 내 두터운 지지 “명분 충분”

여론에서 기대했던 ‘혁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하나,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 입장에서 장 전 사장을 후보로 낙점한 데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장 전 사장이 풍부한 경험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철강과 신사업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현재 포스코그룹이 신사업으로의 전환보다 철강사업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에 놓고 있으며, 그만큼 철강 분야에 오래 몸담은 인재를 선호했다는 분석이다. 철강사업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재무 전문가인 최정우 회장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외부 후보 3인이 모두 탈락한 것 또한 이에 대한 방증. 실제로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권영수 전 LG 부회장 역시 LG그룹 전반에서 두터운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철강사업에 대한 경험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장 전 사장이 신사업 분야에 마냥 어두운 것도 아니다. 포스코 재직 당시 신사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양·음극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이차전지소재 및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바 있는 만큼 선임 이후에도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아우르는 등으로 그룹 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함께 회장 후보에 올랐을 당시 주요 임원들로부터 최 회장보다 더 강한 신임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철강부문장 자리를 내려놓은 지난 2021년 이후에도 지금까지 포스코 자문 역을 수행하며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는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캠프에도 참석해 현 정권과도 궁합이 잘 맞다는 것 역시 강점.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소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소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친환경 체제 전환 & 회장 자격 증명 등 ‘과제 산적’

하지만 장 전 사장이 그룹의 수장으로서 감당해야 할 과제는 가볍지 않다. 최 회장이 이어온 신소재업체로의 체제전환도 이어가는 한 편, 시황이 여전히 좋지 못한 가운데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탈탄소 행보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적으로 철강업계를 향한 탄소 중립 압박이 거센 가운데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를 필두로 한 ‘그린 철강’ 체제 전환을 빠르게 해내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석탄(일산화탄소) 대신 고농도 수소(H)를 고로에 투입해 탄소 발생 없이 철강 생산이 가능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개발은 요원하며, 전기로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 공법이 가까운 해결책으로 제시되곤 있으나 일반적인 철강 대비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고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1955년 생으로 이제 내년이면 70세를 맞는 고령 CEO라는 점, 그리고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불거진 초호화 이사회 출장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회장 후보 적격성에 대한 의심 또한 해소해야 할 부분. 장 전 사장은 2019년 포스코 사장 재직 당시 사내이사 자격으로 중국에 초호화 출장을 다녀오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경북 포항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장 전 사장의 회장 후보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범죄 피의자로 구성돼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만큼 그들의 모든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장 전 사장은 2019년 중국 호화 관광 골프 이사회 문제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장 전 사장을 후보로 두기로 한 선택을 무를 가능성은 한 없이 낮아 보인다. 포스코는 대주주 없이 소액주주들이 75%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인 만큼 국민연금(6.71%) 등이 회장 선출 등에 압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 실제로 이는 포스코홀딩스 사외 이사들이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버티며 결국 내부 인사를 선임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후보 인선 과정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후추위 위원 모두가 뜻을 같이 하였다”라며 “외부의 간섭없이 독립적으로, 맡은 바 책무를 수행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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