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리온.
/ 사진=오리온.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식품업계 신사업으로 바이오에 발을 담그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오너 3세가 이끄는 경우가 많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맞물려 기존 초코파이와 건강기능식품과의 연결 고리가 없는 면역항암제 기업 레고켐을 인수한 오리온의 인수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업계 등에 따르면 오리온은 약 5500억원을 들여 차세대 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기술력을 인정 받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5%를 확보, 최대주주(대금납입일 3월29일)가 된다. 이에 따라 레고켐은 오리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 

이처럼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식품기업은 오리온만이 아니다. 앞서 CJ제일제당(CJ바이오사이언스, 980억원에 천랩 인수)이 있다. 관심을 가진 기업으로 확대하면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동원그룹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식품 개발에 나서온 삼양라운드스퀘어 등까지 더 많다. 

3세 승계 남은 식품기업들...미래 불안한 식품 넘어설 바이오에 잇단 '러브콜'

이처럼 식품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론 기업 미래와 맞물린 3세 승계가 꼽힌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로 식품 산업은 한계 등이 지적되는 반면 바이오 산업은 성장성이 높이 평가되면서다. 식품 기업으로서의 미래를 바이오 기업 인수로 담보하는 셈인 것이다. 

이들 식품 기업에서 바이오 사업은 오너 3세가 맡고 있거나 거쳐간 경우가 많다. 실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 경영리더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관리팀장 겸 과장을 거쳤다. 오리온 경우엔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가 현재 경영 전략 및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고 있다. 김정수 대표의 장남으로서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도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 총괄 및 삼양식품 신사업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식품업계 선두 CJ제일제당 경우 사람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 인수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마이크로바이옴은 업계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이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을 갖고 삼양스퀘어랩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식품 개발에 나서왔다. 

다만 오리온은 마이크로바이옴에 초점을 둔 이들 식품기업의 바이오 사업과는 취급 분야가 다르다. 식품기업의 사업적 연관성을 보면 '뜬금 없는' 부문일 수 있다. 지금까지 다뤄온 분야 간 연관성도 떨어진다. 이번엔 면역항암제이지만 앞서 암 체외 진단 키트, 결핵 백신과 치료제,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등이 진출 분야였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발을 담근 것은 2020년 말부터다. 이 당시엔 오리온이 시작한 바이오 분야는 초기 바이오 사업 영역으로 꼽히는 발병률 높은 암 중증 질환에 대한 진단·백신 분야였다.  

2022년 12월 출범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이름은 CJ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엇비슷하지만 기업 위상은 다르다. CJ바이오사이언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독립 기업이지만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오리온홀딩스와 중국 하이센스바이오와의 합작사다. 연구 개발 부문에서는 사업 총괄 담당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치주 질환과 백신, 진단 등이 주요 사업이다. 

오리온 '레고캠' 인수...사업 확장보단 투자 방점 가능성

업계 내외부에서는 오리온의 레고켐 인수를 두고 기존 초코파이나 건강기능식품과의 사업적 시너지나 사업 확장보단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적으론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서다. 이 자체로만 보면 핵심 역량을 벗어난 사업 확장이어서 부정적인 시각도 짙다. 

이 때문에 지분 투자로 수익 늘리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 수출이다. 수출 건수에 따라 재정 상태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오리온에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식품바이오기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겠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투자금 회수 후 엑시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상 자체 신약 개발까지는 1조원 이상 들어가고 10년 이상 걸린다고 보면서다.

이 경우 합병 전 주가 폭등을 예상하고 글로벌 제약사 등과 합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3세 담서원의 투자 결정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리온은 매출을 견인하는 상온 제과 제품이 유통·소비 기한이 긴 데다 연구 개발 등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영업익이 높은 편"이라며 "업계 현금 부자로 통한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론 인수 합병과 신사업 발굴을 맡아온 담서원 결정에 따라 재량껏 투자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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