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리온.
/ 사진=오리온.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오리온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력을 보유한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 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된다.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 바이오 지분 25%를 확보한 것이다. 

15일 공시에 따르면 오리온의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 증자와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 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 받는다.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 936만3283주를 확보한다. 이로써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 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은 변함 없이 유지한다.

이날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 대표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 아래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합의했다.

허인철 부회장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 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 대표는 "연구 개발(R&D)과 임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은 이미 바이오 사업에 진출, 중국에서는 산동루캉하오리요우가 대장암 체외 진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900억원 규모의 결핵 백신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다.

이번 레고켐 바이오 지분 인수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도 한 발을 내딛게 됐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레고켐 바이오는 2005년 설립해 ADC 기술과 합성신약 분야에 차별적인 R&D 역량을 보유한 제약사다. 전 세계 ADC 업계 전문가와 학계 권위자들로 구성된 월드 ADC 어워드에서 다년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아왔다. 2021년에 이어 2023년에 최고상을 수상, 독보적인 기술을 입증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2조2000억원대 기술 이전 협약을 맺고 다시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 이전 계약은 모두 13건으로 기술 이전료만 8조7000억원에 이른다.

레고켐 바이오는 독자 연구 개발한 차세대 ADC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ADC 분야에서 모두 4개의 파이프 라인이 임상단계에 진입해있다. 향후 5년 내 추가로 임상 단계의 파이프 라인 5개 확보가 목표다. 개발 중인 신약 후보 중 3상에 진입한 LCB14는 상업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ADC는 항체약물결합 방식의 차세대 항암 치료제를 뜻한다. ADC 항암제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유한 약물을 항체에 부착한 바이오 의약품으로 정상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만을 표적하고 사멸 시키도록 설계돼 있어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들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암 치료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표적 항암과 면역 항암 이후 내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한 차세대 암 치료제로 ADC 기술이 가장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화이자'가 ADC 개발 전문기업인 '시젠'을 약 56조원에 인수하고 '애브비'도 '이뮤노젠'을 13조원에 인수하면서 ADC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이 모두 인수 합병(M&A)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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