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슬아 논설위원, 작가·컨텐츠 기획자

송하슬아 논설위원
송하슬아 논설위원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한국 방문기이다.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파악했다, 공감된다.”라는 댓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개된 지 10일 만에 80만 뷰를 넘겼고, 이 24분 영상은 조회 수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 영상은 한국전쟁 직후,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한 배경부터 K팝 아이돌의 양성 시스템, 스포츠 선수 육성 시스템, 삼성의 기숙사 문화 등의 성공 배경에 담긴 공식을 정확하게 짚었다. 자신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준 다음, 그들에게서 가능한 한 최고의 역량을 짜내기 위해 강렬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불어넣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 빠르게 조회 수가 상승 중인 마크 맨슨의 유튜브 영상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 빠르게 조회 수가 상승 중인 마크 맨슨의 유튜브 영상

또, 지금 한국인들은 가족(및 공동체) 중심의 유교적 가치관, 타인을 평가하는 문화로 인하여 사회적 압력과 부담감을 안고 스트레스와 절망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압축된 문장을 달리 말하면, 자기표현 능력과 개인의 선택이 환영을 못 받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급성장의 비용을 치르는 만큼 사회적 아픔을 겪는 시기는 필연적이라 지금 한국 사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영상이 마무리된다.

먼저, 마크 맨슨의 정확한 분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정신건강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 현실을 ‘자각’하고 ‘인정’하자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실제로 우리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통계 결과를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과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노력 대신, 자살률 1위 국가의 이미지의 ‘오명’을 벗어나자는 식의 논리로만 접근하지 않았던가.

대학 시절의 친구 S가 문득 떠올랐다. S와 나는 노인복지관에서 3개월 정도 봉사를 하면서 만난 사이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던 그 친구와 몇 번 놀러 가기도 하고 가까워졌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명문대 유명한 학과 출신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외부 활동을 즐기는 것 같아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몇 개월 뒤 급한 연락을 받고 친구들과 찾은 곳은 S의 추모공원이었다. 연락이 끊긴 뒤,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 며칠 뒤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했다. 뒤늦게 S에게 끝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관리인들이 S의 봉안처 앞에서 이야기 중이었다. “공부도 잘해, 명문대 좋은 학과 다니고 아쉬울 것 없는 애가 부모 가슴에 못을 박고 갔다”며 일면식도 없는 고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S를 조금 더 깊이 알았더라면, 마음을 좀 더 열고 힘듦을 같이 터놓을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 편안하게 지내야 할 추모공원에서도 타인의 무례한 판단과 수군거림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 더욱 애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겨울에는 동네 주민이 우울증 끝에 세상을 저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친한 친구를 잃어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직장 동료의 근황을 들었다. 정신건강의 위기는 유명인의 사고이거나 사회문제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바로 옆 사람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이다. 가까이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신건강(불안, 우울 등)에 대한 태도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세대별로 우리나라는 힘듦과 불안이 부끄러워서 감추거나 자신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견이며,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기성세대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편견이 매우 강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태도의 문제라고 간주해서 ‘정신을 차리면’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상황에 대한 이해나 공감보다는 ‘참아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젊은 세대는 다르다. 사회도 변하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는 편이다. 자신의 감정과 어려움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고, 문제임을 인지하면 표현할 줄 알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기를 원했다. “맞다. 우리의 모습이다.”라며 인정하는 댓글이 많은 것만 봐도 부정하고 숨기기 급급했던 일부 어른들의 태도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기도 하고, 진료 후기를 개인의 SNS에 공개적으로 알리며 디지털 공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필자는 젊은 세대가 개방적으로 현안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상을 본 뒤, 한국 사회가 어쩌면 일찍 알았더라도 직면하기를 피했던 것을 콕 찍어주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건강의 위기 문제가 오랫동안 공론화되길 바란다. 그래야 해결책을 찾기 위한 물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꼭 한번 시청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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