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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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도 아내는 거의 주 5일 수원 광교로 출근한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서다. 그것도 사내아이 둘이니 집에 들어오면 파김치가 된다. 가여워서 한 달에 두세 번은 대신하기로 약속해놓고 잘 지키지 못했다. 새해 들어 약속을 다시 하고서 이달 첫째 금요일 오후 4시경 실습을 다녀왔다.

첫 번째 한 일이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는 일이다. 입구에 있는 인터폰에 교실 번호를 누르고 누구 할아버지라고 얘기한다. 또 한 번 인터폰으로 같은 얘기를 한 후 기다리니 이제 2년 8개월 된 둘째가 먼저 나온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아이를 맞는다. 이어서 네 돌이 지난 첫째가 가방을 휘휘 돌리면서 내려온다. 선생님 두 분께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아이들에게도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게 한 다음 보퉁이(금요일은 개인 담요 등의 짐이 있다)와 책가방을 들고 나와 차에 짐을 싣고 태우려는데(여기까지 순조롭게 진행됨), 예상에 없던 상황이 벌어졌다.

첫째가 의견을 제시한다. “하부지(할아버지), 공원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당황스럽다. “추운데 집에 가서 자동차 놀이하는 건 어때”라고 하니, “하부지 오늘은 파란색이에요(어린이집 입구 전광판이 그날의 미세먼지 상태에 따라 파랑, 녹색, 노랑, 빨간색으로 바뀐다). 선생님이 겨울에도 파란 날은 운동하라고 했어요.” 날씨도 겨울답지 않게 제법 따스하고 햇볕도 좋고, 또 아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잠시만 걷기로 했다.

그래서 양손에 한 명씩 손을 잡고 주변을 걸었다. 두 아이와 그냥 걷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계속해서 뭘 묻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한 녀석은 매달리고 한 녀석은 손을 뿌리치려 하고 약 10여 분 사이에 속옷이 젖도록 힘들었다. 그런데 첫째가 땅에서 뭘 자꾸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더럽게 뭘 그렇게 줍냐. 병균이 손에 묻어서 아야 한다. 자꾸 그러면 아빠한테 얘기한다.” 등으로 겁박하면서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나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하는 말이 “하부지, 이게 푸라스티(플라스틱)인데, 그냥 두면 새나 다람쥐가 먹고 배가 아파요. 그래서 내가 주워야 해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필자가 늘 환경은 실천이라고 했던 얘기를 그날 아이가 하고 있었다. 필자는 환경을 입으로 했고 이 아이는 실천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도 환경교육이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인하고 보니 새삼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환경문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나라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가끔 퀴즈에 나오는 바티칸 시국(Vatican City)이다. 인구와 영토가 가장 작은(0.44㎢) 이탈리아 로마 북서부에 있는 교황청이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이다. 우리나라와는 1963년 외교 관계가 체결돼 지난해 12월 11일 수교 60년을 맞아 명동성당에서 기념미사가 있었다. 바티칸 시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나라를 방문했었다(2014년 8월 14~18일).

교황으로서는 처음 선택한 이름 ‘프란치스코(Francesco)’는 13세기(1182~1226)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에서 활동했던 분으로,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올라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존경받고 있다. 지금도 그의 나눔·청빈·겸손·이웃사랑 그리고 환경 사랑을 기리고 실천하는 수도회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 있다.

  프란치스코교황 회칙
  프란치스코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2015).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에 관한 세계 유력인사 중 한 분으로 인식된다. 2015년 환경과 관련된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는데, 마침 그해 12월 12일 COP21(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린 파리에서 ‘파리기후 변화협약’이 채택되었다. 그 후 교황청의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부’에서 찬미 받으소서 7년 여정(2021~2028년)을 발표하였고, 지금 3년 차(‘23.10.4.~‘24.10.4.)에 들어서서 세계인들의 환경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교황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합시다.”라는 특별사목교서를 발표(’23.9.1)했다. 주교회의 의장이고 수원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도 ‘교구장 사목교서’(’23.12.3)에서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환경을 걱정하는 정도이고 솔직히 이벤트로 활용될 뿐이지, 환경교육으로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사목(司牧)은 아직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작년(9~10월) 우연한 기회에 ‘생태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줌(Zoom)으로 “찬미 받으소서”를 7회 강독하고, 강화도에 있는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에서 일박이일을 했다.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돌로 새겨 놓았다. 사진: 민경보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돌로 새겨 놓았다. 사진: 민경보

노틀담수도원 소속 수녀님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가톨릭 영성과 접목한 생태환경을 생활로 실천하고 있었다. 지금 시대에 퇴비 마련을 위해 요강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강의 또한, 삶에서 겪은 진정성 있는 생태환경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하에 있을 때(1997년)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고)운동을 시작으로 환경운동을 주도했다. 지금이야말로 종교계가 다시 나서서 공동의 집인 지구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자는 교황의 호소에 맞춰 생태환경 회복을 위한 환경교육과 그에 따른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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