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후보 추천절차 돌입…2월까지 1인 선정
'외부인사' 로 공정·투명·객관성 강조했지만
현 회장 영향력 가능…'깜깜이심사' 가능성도
책임없이 권한행사…'소유분산기업' 한계 노정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롯데를 꺾고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차기 수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포스코는 2월까지는 최종 후보를 확정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수장 선임의 닻을 올렸지만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선임 절차를 바꿨기 때문이다. 포스코 수장이 정권 교체기마다 퇴진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최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포스코의 구상대로 회장이 낙점될지 미지수다. 정부·여당이 수장 교체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책임 경영'을 강조했고, 이에 지주사 포스포홀딩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적극적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시사하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도 정권과 연관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을 정도로 정권실세 개입설이 파다하다. 포스코 차기 수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를 미리 보여주는 부분이다. 

포스코는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객관성을 강화해 외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지만 KT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변화' 꾀하는 포스코…새 회장 후보 추전 돌입

27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지난주부터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후추위는 다음달 중순께까지 1차 후보군(롱 리스트)을 추리기로 했다. 이를 위한 후보자 추천이 진행 중이다. 그룹 내부 회장 육성 프로그램(톱 탤런트 프로그램)을 거친 임원진, 주요 주주와 국내외 서치 펌들로부터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고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롱 리스트를 선정하면,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 후보 인선자문단이 이를 평가하게 된다. 같은 달 말 5명 내외의 2차 후보군(숏 리스트)을 압축한 뒤 2월까지 심층 면접을 거쳐 CEO 내정자 1명을 정한다는 게 포스코의 계획이다. 

포스코는 차질없이 그리고 원만하게 회장 선임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단계별로 모든 일정과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다양한 추측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CEO 자격요건과 세부 평가 기준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추위는 경영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정직성·윤리의 5가지를 CEO 자격요건으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100년 대계를 위한 비전과 전략적 사고, 미래 신기술에 대한 이해, 사업 기회 발굴, 글로벌 경영 환경 이해, 인재 육성, 대내외 소통,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 핵심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에서 이차전지로 중심축을 옮기며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룹에 대한 이해, 관련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은 인물이 등판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전·현직 포스코 임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렉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용퇴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유력 후보로 오르내린다. 

하마평에 오른 대내외 인사들은 첨단 소재로 영역을 확장 중인 포스코의 '니즈'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문성에서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물이 아닌 절차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얼핏 보기엔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한 듯 보이지만,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정당하게' 연임할 수 있는 구조"라며 "KT처럼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3월 2일 서울시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지주 출범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3월 2일 서울시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지주 출범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현직 프리미엄'은 그대로…KT와 같은 길 가나

최 회장은 연임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자사주 3억원 어치를 매입하고,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것은 3연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 성과만 놓고 본다면 유력 후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기업이면서도 '오너가 없는' 포스코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집권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권한은 누리되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소유분산기업의 문제"라며 "건강한 견제도 이뤄지지 않는 까닭에 도덕적 해이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런 ESG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좋은 실적도 빛바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금껏 포스코 현직 회장은 주총 90일 전까지 연임 여부를 밝히고 우선 심사를 받아왔다. 이 규정을 폐지해 셀프 연임 논란을 차단했다. 회장 후보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객관성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회장이 자천, 타천, 후추위 자체 결정을 통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연임 의지가 확고하면 특혜 시비를 비껴가면서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후추위와 회장 후보 인선 자문단 또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최 회장 재임시절 선임된 인물들이다. 최 회장과 함께 이사회 활동을 하며 가깝게 지켜본 만큼, 그에게 힘 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알례로 최 회장의 2연임 도전 당시, 그를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전적도 있다.  

포스코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최 회장은 업무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3차례 고발당한 상태인데, 사외이사들도 최 회장 등으로부터 호화 향흥을 제공받는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견제·감시는 커녕 경영진의 일탈행위를 눈감아 준 셈이다. 밀실 심사, 졸속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정우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KT는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강조하며 전·현직 임원을 차기 수장으로 낙점했었다. 구현모 전 대표의 사람이었던 만큼, 사실상 '구현모 2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임 대표 내정자가 사퇴하고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KT는 8개월 간 경영 공백을 겪었다. 

더욱이 KT나 포스코 모두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다. 포스코 지분 6.7%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삼아 2차례 구 전 대표의 내정을 반대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KT는 후보자 공모부터 다시 진행했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최 회장의 퇴진을 종용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경제사절단에 끼지 못했다. 역대 회장들도 최 회장처럼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패싱 굴욕을 받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압을 막아내기엔 포스코의 방어막이 나이브해 보인다"면서 "민간기업이 관치 리스크에 시달린다는 건 매우 부적절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포스코가 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최 회장은 무책임한 행보로 이미 구설에 올랐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경영 능력과 별개로 '제왕적 리더십'으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됐을 당시 주말 골프를 즐겼다. 지난 4월에는 주요 임원 26명에서 100억원대의 회사 주식을 무상 제공하는 스톡그랜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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