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인사 앞둔 금융지주, 행보 엇갈릴 듯
'계열사 CEO임기 종료' KB-신한, 교체 가능성
하나-우리, '변화보단 안정'에 방점 찍을 가능성 높아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본격적인 인사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변화 보단 안정’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지주사의 인사 기조가 올해는 다소 바뀔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가장 관심을 받는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변화와 안정 기조가 극명히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 계열사 CEO 인사를 마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안정을,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다음 달 중, 관행대로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에 나선다. 이미 주요 계열사 CEO의 임기 종료를 앞둔 지주사의 경우 연임 또는 교체를 결정하는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일찌감치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에 부합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될 전망이다. 특히 임기 1~2년 차에 접어드는 지주사 회장을 중심으로 본인의 색채를 드러내는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연말 인사 시즌의 경우 각 지주사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지주사들이 최근 몇 년간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변화 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일부 지주사를 중심으로 보다 큰 폭의 인사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 사진=KB금융
양종희 KB금융 회장 / 사진=KB금융

계열사 CEO 대거 임기 종료, ‘변화 바람’ 불까

우선 업계 안팎에선 현재 리딩금융 왕좌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타 지주사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 사의 현재 상황이 그간 이어온 ‘안정’보다는 일부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보유한 약 25곳의 계열사 중 18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절반이 넘는 계열사의 CEO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을 포함해 △KB증권(박정림·김성현) △KB손해보험(김기환) △KB국민카드(이창권) △KB자산운용(이현승) △KB캐피탈(황수남) △KB부동산신탁(서남종) △KB저축은행(허상철) △KB인베스트먼트(김종필) 등 총 9개 계열사에서 10명의 CEO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특히, 이들이 모두 윤종규 전 회장 시절 입지를 구축하고 CEO의 반열에까지 오른 소위 ‘윤종규의 사람’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윤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양종희 회장의 입장에선 당연히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자 하는 의지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양종희 회장이 일부 변화는 주되, 큰 폭의 변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미 윤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가동돼 온 현재 계열사CEO 후보군 관리 시스템에 당장 변화를 꾀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올해 연간 리딩금융 자리를 사실상 예약할 정도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틀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양 회장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신한금융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신한금융

다만, 현재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건에 관여된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 일부 CEO의 연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논란이 된 홍콩ELS의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도 일단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추후 당국 제재 여부에 따라 다소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신한금융은 대규모 인사 교체가 예상된다. 올해 말 기준, 신한금융 계열사 가운데 CEO임기가 종료되는 계열사는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총 9곳에 달한다.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들 역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조용병 전 회장 체제에서 임명되고 임기의 상당수를 지낸 인물들이다.

신한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큰 폭의 CEO 물갈이가 예상되는 이유는 비단 임기가 끝나는 CEO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지주사 회장이 교체되는 경우, 취임 1년 차에는 기존 시스템으로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2년 차에 본격적으로 회장 본인의 색채를 드러내는 경향이 포착된다. 올 초 취임해 내년 임기 2년 차를 맞는 진옥동 회장의 입장에선 자연스레 자신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소위 ‘진옥동의 사람들’로 계열사 CEO 진용을 갖추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는 은행(정상혁), 카드(문동권), 보험(이용종) 등의 CEO는 지난해 말 선임돼 이번 인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이들 모두 진옥동 회장이 내정자 시절 선임됐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진옥동 체제 인사로도 언급된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우리-하나, ‘안정’에 방점 찍을 듯

앞서 언급한 KB금융, 신한금융과 달리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올 연말 인사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지주사 내 주요 계열사 CEO 상당수의 임기가 1~2년가량 남은 상황이어서 사실상 인사 대상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경우, 올 초 임종룡 회장 취임 전후로 큰 폭의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을 포함해 카드, 캐피탈 등등 대다수 계열사 CEO가 교체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상 임종룡 체제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계열사 CEO인사보다는 오히려 사업재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및 외부인사 수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임종룡 체제 출범 이후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광폭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연장선상에서 관련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조직개편 나아가 외부 인재 수혈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또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금융의 입장에선 증권사 M&A, 그리고 이후 과정에서 역할을 할 업계 전문가 영입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실제로 향후 증권사 인수 이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우리금융 내 자산운용 계열사 3곳의 CEO 모두 외부인사다.

지난 5월 싱가포르 IR 행사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그룹 경영 전략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하나금융
지난 5월 싱가포르 IR 행사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그룹 경영 전략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하나금융

하나금융 또한 연말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계열사 CEO가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오는 2024년이 함영주 회장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점이라는 요인도 이번 인사 시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5년 기준, 함 회장의 나이는 만 69세다. 하나금융 정관상 만 70세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성과 도출에 경영 전략의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사에서도 큰 폭의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은 올해 인사 시즌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작금의 예측과는 달리, 그야말로 올해 금융지주사 인사 시즌이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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