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어닝쇼크'..대신증권 "내년에도 개선 어려워"
LX그룹, HMM 인수전 불참 가능성...하림·동원 2파전?
산은 CB 행사여부 따라 매각가 더 높아질수도...유찰 가능성 여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Hamburg(함부르크)’호가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 = HMM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해운업 불황으로 내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입찰을 앞둔 HMM 매각작업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수 후보 중 가장 자금력이 풍부했던 LX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대신증권은 HMM에 대해 3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내년 컨테이너 시황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마켓퍼폼’(시장수익률)을 유지했다.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1% 줄어든 7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155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 매출액 또한 58.4% 감소한 2조1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의 실적 하락 원인으로 전년대비 유럽항로 운임은 하락했으나 용선료와 연료비 등이 증가한 점을 꼽았다. 실제 지난 2분기 기준 HMM의 컨테이너선 운임 매출은 84%에 달하는데, 이 중 미주와 유럽 항로 비중은 70%에 이른다.

양 연구원은 "유럽 항로 운임이 급락해 HMM의 3분기 운임이 부진했다"며 "장기 계약물량의 운임도 하락했고, 용선료·연료비 증가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은 3대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면서도"경쟁사들의 신규 선박 공급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 컨테이너 시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LX그룹, 인수전 불참 가능성도..동원·하림그룹 2파전 될까

업계에서는 HMM의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HMM 매각 작업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몸값만 5조~7조원으로 거론되는 HMM은 최대주주 및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의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는 23일 본입찰이 진행되며 앞서 예비 입찰에서 LX그룹, 하림, 동원그룹 등 3개사가 적격 인수 후보자로 선정됐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해운업 불황에 따라 HMM 실적불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며 "현 상황에서 후보 기업 가운데 HMM을 인수하는 곳이 나타난다고 해도 HMM 경영 정상화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운업 불황 여파 따라 인수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했던 LX그룹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LX그룹, 하림, 동원그룹 등 3사의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각각 2조5000억원,1조6000억원, 5000억원 가량이다.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을 내세워 해외 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LX판토스 등 계열사와 힘을 합쳐 HMM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되고 HMM 인수로 자금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HMM 경영악화가 이어지면 그룹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게다가 LX그룹은 내부적으로 HMM 인수 결정이 늦게 확정되면서 실사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인수 준비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LX그룹은  하림과 동원이 각각 EY한영과 삼정KPMG를 실사 자문사로 선임한 데다 삼일PwC는 매각 자문, 딜로이트안진은 LX그룹 감사인이었던 터라 빅4 회계법인을 선정하지 못했다.

또한 동원과 하림그룹의 경우 오너가 직접 나서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반면, LX그룹은 대외적으로 어떠한 시그널도 내놓지도 않고 있다. LX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본입찰 전까진 참여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LX그룹의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HMM인수전이 동원과 하림그룹의 2파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 기업은 계열사 기업공개(IPO), 보유 주식 매각 등 자금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원은 최근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IB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의 IPO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000억~6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이 2008년 인수한 미국 점유율 1위 참치캔 업체다. 영업이익만 매년 1200억~1300억 원 수준이다.

또한 동원그룹은 2000억 규모의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계열사 동원F&B 사옥 매각도 검토했으나,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언급할만큼 인수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림은 최근  계열사 팬오션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을 1628억원에 호반건설에 처분하고, 자산 유동화 등의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JKL파트너스가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도 조성 중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최근 열린 브랜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HMM) 인수 자금과 관련해서는 자금 조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뒀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산은, CB 행사시 HMM 몸값 높아져...매각 유찰 가능성 여전

다만 여전히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들이 본입찰에서 쓸 HMM의 몸값(예상 인수 금액)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원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예정대로 보유 중인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함에 따라, 앞으로 HMM 매각 가격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은행 측은 앞서 지난달 1조원 가량의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앞으로 남은 1조60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차례대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과 관련 “적합한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도 당연하다"며 유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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