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사회공헌비용,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
전년 대비 실적 성장세가 클수록 사회공헌 증가폭도 커져
'종 노릇', '갑질' 등 은행권 때리는 尹, 은행권은 '섭섭'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연간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은행권을 향한 사회공헌 확대 압박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지속하고 있어 일각에선 고금리 기조가 꺾이고 이자 수익이 정체 또는 감소하는 시점이 될 때까지 사회공헌 확대 압박이 지속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시중은행 “번 만큼 사회공헌 늘렸다”

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은행권 실적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사회공헌 확대에 대한 압박 역시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과거 연간 ‘한 자릿수’ 수준의 성장 폭을 유지해 온 시중은행들은 소위 ‘이자장사’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회공헌 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지난해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 경영현황 보고서 등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806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782억원) 대비 약 40%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각 행별로 살펴보면 우선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사회공헌비용을 지출한 곳은 2057억8400만원을 기록한 하나은행이다. 이어 KB국민은행이 2034억56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신한(2025억100만원), 우리(1950억4800만원) 순으로 사회공헌비용을 많이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눈에 띠는 부분은 각 은행별로 기록한 전년(2021년) 대비 사회공헌비용 증가 폭이다. 소위 ‘잘 번 은행이 더 많이 쓴다’라는 공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높은 실적 성장세를 기록한 은행이 상대적으로 사회공헌비용 증가 폭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의 사회공헌비용 증가를 기록한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가장 많은 사회공헌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던 하나은행의 증가 폭은 전년(1358억6900만원) 대비 34% 수준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 증가 폭 역시 23.3%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이러한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 ‘깜짝 리딩뱅크’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나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전년 대비 증가폭을 보인 곳은 전년(1353억9500만원) 대비 30.6% 확대한 우리은행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22.9% 성장하며 하나은행에 이어 두 번째의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1450억4100만원→2025억100만원)이 28.4%, KB국민은행(1618억6500만원→2034억5600만원)이 20.5% 순으로 집계됐다. 양 행의 2021년 대비 지난해 연간 실적 성장세 또한 각각 22.1%와 15.6%로 나란히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하나, KB국민, 신한은행의 경우 사회공헌비용 세부 분야(서민금융‧학술 및 교육‧메세나‧환경‧지역사회 및 공익‧글로벌) 중 ‘환경’ 부문의 자금을 최소 6배, 최고 12배 이상 가장 많이 늘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역사회‧공익 분야에만 지난해 1303억6600만원을 집중했는데, 이는 전체 사회공헌비용의 약 67% 비중이자 전년 대비(137.4억원)로는 9배 이상 확대한 수치다.

지난 1일 마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지난 1일 마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은행권 향한 날 선 비판, 은행권은 ‘억울’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사회공헌비용 확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자장사’, ‘셀프연임’, ‘(은행은)공공재’ 등 이슈로 관치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사회공헌으로까지 이어지려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날 선 비판 발언 역시,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을 예견케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라며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또 지난 1일 진행된 민생 타운홀 회의에서는 은행의 갑질이 심각하다며 또 한번 은행권을 저격하는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은 현재 독과점 상태로 앉아서 돈을 벌면서 갑질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과거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 이어 은행을 갑질의 당사자로 지목한 것이다.

업계에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금융권의 상생금융 확대, 이자 장사 제한 등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물론 현재 은행업권 내부에서는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 비용이 글로벌 은행, 국내 다른 기업들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횡재세 도입이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회공헌 비용을 늘리는 사실상의 ‘자발적 횡재세’ 부담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권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현 정부 들어 마치 은행을 적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는 건 업계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 중인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왼쪽)과 정해민 지속가능경영부장(오른쪽). / 사진=은행연합회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 중인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왼쪽)과 정해민 지속가능경영부장(오른쪽). / 사진=은행연합회

은행 “실적 관계없이 사회공헌 지속할 것”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실제 연간 당기순이익, 이자익 등 수익성을 대표하는 주요 지표들이 하락세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공헌비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은행권에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이익 전망치는 약 58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계산은 지난 상반기 기준, 은행권 이 자익을 기준으로 예측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 국내 은행권 내 이자익이 4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불과 3년 사이 41%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이자익 개선세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 3분기 거둬들인 이자익은 25조1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3조7757억원) 대비 약 6%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하면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이 자익( 기준)은 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러한 이자익 개선에 영향을 미친 건 고금리 기조, 그리고 대출 증가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요 대출 상품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코픽스(COFIX)는 1%p 가량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자익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조달 비용의 증가로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전 분기(1.67%) 대비 0.02%p 하락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기업 경영난 심화로 인한 기업대출 확대가 예상되는 데다, 대출 금리의 오름세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다소 정체가 예상되는 당기순이익의 흐름과 이자익 추세는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취약 차주를 위한 이자 감면, 금리 인하 등의 선제적 조치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사회공헌에 포함되지 않는 정부 주도의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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