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조선·기계 분야 기업, 탈중국 행보
中 거대 시장 보유…현대차·포스코, 고민 깊어져
“외국계 기업엔 불안정한 시장…출구전략 필요”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 사진=이미지투데이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최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국내 중후장대 기업이 중국 전략을 고심 중이다. 

시장 불황과 생산성 저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사업 여건이 녹록치 않은 데다, 글로벌 대중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이들 기업은 동남아시아나 인도, 북미 등 ‘제 3지역’에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현지 신설 한국 법인 수는 194개로 베트남(301개)에 처음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로 돌아온 24개 기업 중 63%(15개)는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옮겨왔다. 탈중국 행보가 활발해진 셈이다.

이는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현대차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2012년 12월 이후 가동 중단 상태였던 충칭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등 5곳을 운영했으나 판매 부진으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창저우 공장도 곧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도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HL그룹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HL만도는 중국 충칭에 진출한 지 8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중국 시장 내 현대차 부진이 이어지면서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용 강판 공급을 위한 해외스틸서비스센터를 신설 중에 있다.

다른 철강업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광둥성 생산법인 지분 50%를 매각했으며 동국제강도 중국 법인인 DKSC 지분 90%를 중국 장쑤성 장인시 지방정부에 매각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중국 현지 생산법인인 영파유한공사 청산 작업을 완료하며 3곳이던 중국 공장을 1개까지 줄였다. 해당 공장은 조선업 불황과 생산성 저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청산이 결정됐다.

지난 4월 기아가 2023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한 ‘셀토스 상품성 개선 모델’과 ‘EV6 GT’. 사진=기아
지난 4월 기아가 2023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한 ‘셀토스 상품성 개선 모델’과 ‘EV6 GT’. 사진=기아

반면 완성차업계의 경우 중국의 풍부한 자원과 거대한 시장 규모, 전기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기술력 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완전히 발을 빼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현재 전기차 시장규모 세계 1위에 해당한다.

때문에 현대차는 중국 공장을 축소하는 대신 중국 판매 라인업을 13종에서 8종으로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고성능 브랜드 ’N’ 등을 앞세워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한편 수익성을 키울 계획이다.

기아는 최근 중국에서 사전예약을 진행중에 있는 가성비 전기 SUV ‘EV5’를 필두로 중국 본토의 전기차들과 정면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해당 차량은 BYD 자회사 핀드림에너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5만9800위안(약 2900만원)부터 22만9800위안(약 4175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다. 

또한 오는 2024년에는 플래그십 SUV 전기차인 EV9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2025년 엔트리급 SUV, 2026년 프리미엄 세단, 2027년 중형 SUV 등 전기차 신차를 매년 출시해 모두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완성차업계에 전기차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지난 5월 중국 장쑤성 쿤산시 소재 POSCO-CSPC에 전기차용 초고강도 경량강판(기가스틸) 전문 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또 오는 연말 중국 하강집단유한공사(하북강철)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하강포항기차판유한공사(하강포항)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 업체들 역시 광물을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데다 정제·제련 시설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온전한 탈중국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전구체 수입은 97.4%를 중국에 의존했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에 투입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베트남에 수출한 디벨론 53톤 대형 굴착기 'DX530LC-7M'. 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인프라코어가 베트남에 수출한 디벨론 53톤 대형 굴착기 'DX530LC-7M'. 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업계에서는 중국 출구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시장이 지닌 불안정성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로 기업들의 탈중국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유럽의 경우 핵심원자재법(CRMA)를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별동시장에 해당한다. 외국계 기업들의 판매량이 줄고 애국마케팅 등이 잘 통해 불안정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인도나 제3세계 시장을 키우면 되는 만큼 중국은 중국대로 놔두고 타 시장을 키워간다 보면 된다”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건설기계 분야 기업들은 중국 건설 경기 침체기에 빠르게 북미·인도 등으로 눈을 돌려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매출이 줄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등의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만큼 종합 실적이 되레 개선된 덕분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 2분기 매출 1조321억원, 영업이익 9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9%, 163.2% 늘어난 수치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1조133억원, 영업이익 1158억원을 거뒀다. 전년도 2분기보다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126.6% 늘었다. 

두 업체의 건설기계 부문 중국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48.2%, 51.0% 줄어들었으나 북미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HD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1년 21%에서 2022년 2분기 10%, 올 2분기 4% 등으로 축소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사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동 기간 30%, 16%, 7% 등으로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보다 중국과 그 외 시장을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해야 한다”라며 “중국 내 생산기지는 중국 내수 시장 전용으로 활용하고, 미국을 포함한 제3세계에 추가적인 생산기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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