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부진에 공장 생산 타격
1~8월 베트남수출 전년비 10% 감소
베트남 제조업체 인력 감축 움직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전 세계적인 수요 약화로 베트남의 공장 생산이 10년 만에 최악의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기대했던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가 인용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전자제품과 섬유를 주로 생산하는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휴대폰과 아디다스 신발의 출하가 둔화됐고,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 10% 감소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수출이 17% 성장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7월 말까지 신용 성장세도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인 4.3% 성장에 그쳤다.

또 지금이 크리스마스 주문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베트남 제조업체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도 니케이는 전했다. 베트남 통계총국(GSO) 자료를 봤더니 산업계의 일자리 감소로 2분기 중 베트남인 30만 명이 공장을 떠나 어업, 농사, 집 청소 등의 일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패션 소매업체 유니클로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시놉시스 같은 기업들은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제조업 부문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기업 외에도 제조업체들이 중국 대체 생산지로 베트남을 선택하면서 애플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단순한 액세서리 생산을 넘어서 OLED 스크린으로 베트남 현지 생산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스마트폰의 절반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하노이에 2억 2,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글로벌 경제 부진 여파 

베트남의 공장 생산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계 경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각종 규제와 정전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걸쳐 업무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국제 경제법을 연구하는 줄리엔 차이스 홍콩 시립대 교수 니케이에 “물류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와 관료주의적 시스템이란 고질적 문제로 베트남 생산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부정부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관료들은 투자 허가 승인에 신중해지고 있는 점이 생산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공공 투자는 올해 목표의 33%에 도달하는 수준에 그쳤고, 수출은 10년 만에 최장인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사이트 베트남웍스(VietnamWorks)는 니케이에 매년 "기업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성수기에 맞춰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력을 늘려야 하나 여전히 시장의 긍정적 신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텡 텡 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의) 대중국 경제 재개로 인한 (베트남의) 수출 수요 증가에 대한 희망도 거의 사라졌다”면서 “암울한 대외 전망을 고려할 때, (하반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총리의 야심 찬 목표인 9%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세계은행은 베트남 경제가 올해 5% 가까이 성장한 후 2025년이 되면 다시 6%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하했지만 아직 경제가 뚜렷한 회복 기미를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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