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어린이보험 가입연령 15세로 제한
보험업계 “하반기 출시 예정 상품 어쩌나“ 당황
세대별 맞춤형 보험으로 방향 선회 전망
현대해상‧삼성화재, 올해 초부터 관련 상품 출시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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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보험업계가 최근 공을 들여온 ‘어른이(어른+어린이)보험’이 금융 당국의 제재로 사라진다. 어른이보험이라는 정식 명칭은 없지만 보험사들은 지난해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이 30세에서 35세까지 늘어나면서 잇따라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확대한 바 있다.

어른이보험은 일반 보험상품 대비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보장으로 다양한 연령을 케어할 수 있어 보험사들의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최대 35세로 확대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 판매가 심화하고 있다고 판단해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범위를 제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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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어린이보험 가입연령 제한 결정

1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가입연령이 최대 15세를 초과하는 경우 어린이보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어른이보험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보험사들이 앞다퉈 가입연령을 35세까지 늘리면서 어린이 특화 상품에 성인이 더 많이 가입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 판매가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어린이에게 발생빈도가 극히 희박한 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성인 질환 담보를 불필요하게 부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지난 2004년 국내에 첫 출시됐을 때만 해도 가입 가능 연령이 15세였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저출산·고령화 현상 확산으로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자 전략적으로 대상 연령층을 확대했다.

상위 10개 손해보험사 중 7개사가 35세 성인도 가입할 수 있는 어른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5월 어린이보험 ‘let: play 자녀보험Ⅱ(토닥토닥)’의 가입 연령을 35세까지 높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는 KB손해보험·DB손해보험·한화생명 등이 잇달아 가입 연령 확대에 나섰다. 

가입연령을 확대하고 혜택을 늘리자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5조8256억원으로 2018년(3조5534억원) 대비 63.9% 성장했다. 중소보험사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황한 보험사...“하반기 출시 예정 상품 수포로“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의 제재가 들어오자 보험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갈수록 신규 보험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어른이보험이라는 히든카드가 사라진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동안 60세 이상의 보험 가입은 크게 증가한 반면 50대 미만인 40대, 30대, 20대 등 신규 유입은 감소세를 보였다. 

대형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업계에서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이 40세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던 상황에 생각치 못했던 연령 제한이라는 악재가 닥쳤다“며 “당장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어른이보험 상품도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진=삼성화재 제공
사진=삼성화재 제공

세대별 맞춤형 보험으로 방향 선회 전망

결국 보험사들은 어른이보험 대신 20~30대를 위한 세대별 맞춤형 보험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어른이보험의 메리트인 가성비와 짧은 감액 기간은 그대로 유지한채 이름만 ‘대학생보험‘, ‘직장인보험‘으로 바꿔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세대별 맞춤형 보험은 각 세대별로 유용한 특약을 모아 일반 보장성 보험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구성했다. 또 보험료 면책 기간이나 감액 기간 조건이 없거나 짧은 점도 장점이다. 이는 소비자가 보험을 가입하고 약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기간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금감원의 제재가 나오기 전부터 당국의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세대별 맞춤형 보험을 출시해 만약을 대비해왔다.

현대해상은 지난 4월 2030세대에 특화해 가성비를 높인 ‘#굿앤굿2030종합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상품명에 해시태그(#)를 사용,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로 소통하는 2030세대의 감성을 담았다.

이 상품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세대 특성에 맞게 보장을 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3대 질환(암·뇌·심장) 등 중대질병과 같은 핵심 보장 위주로 가입할 수 있고 운전과 관련 보장 및 배상책임 담보 등을 추가해 종합적인 형태도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25세 기준 남성 약 5만원, 여성 약 4만원 수준으로 비슷한 조건의 성인보험 대비 10% 이상 저렴하다.

현대해상에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2월 30세부터 4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 신상품 ‘내돈내삼’을 선보였다. ‘내돈내삼’은 ‘내 돈으로 직접 가입하는 내 삼성화재 건강보험’이라는 뜻이다. 이전까지 보험은 부모님이 들어줬지만 30대가 되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서 착안했다.

이 상품 역시 핵심 담보 위주로 합리적인 보험료로 가성비 좋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점을 내세웠다. 60세부터 가입금액의 두 배를 보상하는 체증 구조를 선보였고 입원 후 통원 일당도 신설했다. 새로운 체증 구조는 △암(유사암제외) 진단비 △뇌혈관질환 진단비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비 3가지 특약에 적용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펫보험과 함께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겨졌던 어른이보험이 사라지면서 관계자들의 고민이 크다“며 “결국 대안은 세대별 맞춤형 보험 뿐인 만큼 다른 보험사들도 현대해상, 삼성화재와 결이 비슷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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