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월 13% 넘게 상승
OPEC+감산과 수요회복 기대
곡물과 동반, 인플레 우려 키워
백악관도 유가동향 "예의 주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7월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국제유가가 미국의 물가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소맥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유가도 상승하자 진정 기미를 보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곡물과 유가 동반상승이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시장 기대와 달리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백악관도 유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지며 기준물인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31일 오전 각각 배럴당 84달러와 8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는 지난주 5% 가까이 오른 걸 포함해서 7월 한 달 동안 13%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며 에너지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월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이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에서는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맞물리면서 지난주 중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69달러로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끝나지 않은 인플레 전쟁 

유가 하락은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조만간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진정을 시사하는 물가 지표 발표가 잇따랐다.

하지만 프란시스코 블랑쉬 뱅크오브아메리카 상품·파생상품 전략가는 최근 노트에서 “상품 가격 상승은 금리 (추가) 인상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한국시간 지난주 목요일 새벽 2022년 3월 이후 11번째로 금리를 인상하며 기준금리 목표치는 5.25~5.5% 구간으로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목표치인 2%로 내려오는 건 202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지와 관련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며 즉답을 피하자 투자자들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ME 워치툴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투자자들은 9월 19~2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을 20.5%로만 잡고 있다. FOMC는 8월에는 열리지 않으며, 올해 9월, 10월, 12월 3차례만 더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연준이 7월까지만 금리를 올리고 끝내려면 인플레이션 진정돼야 한다”면서 “과연 그럴지는 상품 가격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료품과 유가 상승이 연준 정책당국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유가 상승세가 물가를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CNN에 “백악관이 최근의 휘발유 가격 상승세를 ‘매우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자문관들이 바이든 대통령께 정기적으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면 미국 정부는 비상비축유를 채우기 위한 원유 구매를 중단하거나 사우디와 러시아 등 세계 최대 산유국들의 증산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쓸 수 있다. 다만 CNN은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올라야 미국 정부가 이러한 대응에 나설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세가 인플레에 가하는 압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이유는 곡물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하자 국제 농산물 가격은 오르면서 지난주 소맥 선물 가격은 5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주요 항구와 농산물 시설에서 벌어지는 파업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인해 곡물 가격이 10~15% 상승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분간 상승세 지속 전망 

국제유가 오름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수요가 견조하다. 석유 대기업인 엑슨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금요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올해와 내년에 역대급 원유 수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에드워드 가드너 상품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유가 상승의 주요 동인은 OPEC+의 감산이지만 선진국 시장 경제의 탄력적인 수요도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올해 상반기 하루 80만 배럴 공급 과잉을 겪었던 국제 원유 시장이 하반기에는 하루 120만 배럴 부족 현상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공급은 부족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28일 기준 미국 석유 생산량의 선행 지표인 미국 석유 시추기 수는 전주 대비 1기 줄어든 529기로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베이커휴즈가 밝혔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감소하고 있고, 사우디는 100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8월까지 연장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에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달 OPEC 산유량이 2021년 가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OPEC+의 연대가 무너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한 건 영국 랜스다운 파트너스의 퍼 레칸더 펀드 매니저로, 그는 지난주 목요일 미국의 경제방송인 CNBC에 출연해서 ”생산량 정책을 둘러싸고 단결이 무너지면 영향력 있는 산유국들의 동맹이 붕괴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유가는 최대 배럴당 3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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