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압박 이후 카드사들 잇따라 상생 금융안 내놔
우리·현대·롯데·신한카드 등 발표
카드사노조, 정부 정면 비판 “관치금융, 도 넘었다“

신한카드는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상생금융 활동 일환으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네번째)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왼쪽 다섯번째)이 소상공인들과 행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는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상생금융 활동 일환으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네번째)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왼쪽 다섯번째)이 소상공인들과 행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신한카드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최근 업황 부진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카드사들이 금융 당국의 압박 속에 경쟁적으로 ‘상생 금융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정부의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복현 압박 이후 카드사들 경쟁적으로 상생 금융안 내놔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제2금융권을 향해 “건전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제2금융권은) 서민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한다“고 상생 금융을 강조한 이후 업계 1위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이 잇따라 상생 금융안을 발표하고 있다.

첫 스타트는 우리카드가 끊었다. 우리카드는 이 원장의 상생 금융 강조 발언이 나온 직후 업계 처음으로 영세 카드카맹점과 금융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총 2200억원 수준의 지원 방안을 내놨다.

다음 배턴은 현대카드가 이어받았다. 현대카드는 지난 7일 고금리 및 경기 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 금융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4일 롯데카드, 지난 17일 신한카드도 상생 금융안을 내놨다. 롯데카드의 상생금융 지원안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취약차주 채무정상화 프로그램, 대출금리 인하, 대출 상환기간 연장 및 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이용금액 캐시백, 마케팅·영업 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로 구성돼 있다. 총 지원 규모는 3100억원 수준이다.

신한카드는 금융 취약계층 대상으로 2500억원의 대출을 시행한다.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금리를 할인한 중금리대출을 확대 운영하고 20대 전용 대출상품 개발을 통해 타 연령 대비 금리를 30% 할인할 예정이다. 취약 차주 대상으로는 연체 감면 지원을 확대하고 대환대출 최고 우대 이자율을 적용하는 규모를 1500억원으로 계획했다.

또 신한카드는 그간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을 시행해 창업 정보·상권분석·마케팅플랫폼·개인사업자 대출 등에 이르는 소상공인 토탈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미 상생 금융안을 발표한 4개 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도 상생 금융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한카드 제공
사진=신한카드 제공

이달 들어 또다시 상생안 마련 '푸시'

하지만 카드사들의 상생 금융안이 자발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금융 당국은 올해 초부터 금융업권 전반에 상생 금융안 마련을 끊임없이 압박해왔다. 제1금융권의 상생 금융안 발표가 마무리되자 제2금융권의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달 17일 신한카드 본사를 찾아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 금융을 통한 취약 차주 지원은 연체 예방 등을 통한 건전성 제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이미 발표된 상생 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다시 한번 제2금융권의 신속한 상생 금융안 마련에 푸시를 가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에 대한 카드사의 맞춤형 지원도 주문했다. 그는 “카드사는 가맹점에 대해 모집 및 계약 단계에서만 관심을 둘 뿐 관리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사업 단계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맹점과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등 현실적으로 상생 금융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임기 초 정부의 요청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실제 윤석열 정부는 금리 6%의 청년도약계좌 시행을 관철시킬 만큼 상생 금융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카드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른바 관치금융에 편승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원장의 발언이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카드사노조, 정부 정면 비판...“관치금융 도 넘었다“

결국 카드사노조가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카드사노조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상생 금융 행보 등 정부의 금융 관련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한 참석자는 “윤석열 정부는 여태까지 자유시장 경제 관련 실천한 정책이 단 하나도 없다”며 “금리로 은행권은 ‘팔 꺾기’를 하고 카드사는 거의 ‘암바’ 수준으로 정부의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이날 상생 금융 차원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신한카드 본사를 방문해 ‘카드사들이 가맹점 지원에 소홀했다’고 말한 사실을 들었다”며 “12년 넘게 수수료를 낮춰왔는데 그만한 지원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 금융도 좋지만 각 금융사가 자의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할 때 진정한 상생 금융이 실현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지금 같은 정부의 압박에 의한 상생 금융안 발표가 계속된다면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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