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홍콩 빌딩 투자 펀드 상각 규모 발표
이지스운용도 투자한 독일 오피스 빌딩 매각 검토
금리인상에 해외 상업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 증가
신용평가에도 부정적...금감원, 20일 간담회 개최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이미지투데이.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홍콩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약 2800억원 가량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위치에 처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금융사들이 주목했던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감독원이 관련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 열고 지난 2019년 4월 설정한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이 펀드를 활용해 기관 등 투자자들을 모집해 중순위(메자닌)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대출해 줬으나 빌딩 매각으로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지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은 2800억 가운데 300억원은 직접투자했고, 나머지 2500억원은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펀드로 셀다운(재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자체 자금으로 200억~400억씩 투자했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리테일로도 판매됐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든 파이낸셜 홀딩스의 최대주주 판수통(Pan Sutong) 회장이 파산하자, 이후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빌딩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금은 현재 선순위 투자자들에게도 다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어서 미래에셋과 나머지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래에셋은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세부내용이 구체화되는 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속된 금리인상에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에 부실 위험 경고등

특히 미래에셋 뿐 아니라 금리 인상에 따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위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17일 이지스자산운용도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해당 펀드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로, 건물 임대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면서 새 임차인을 찾고 있다. 

유치 비용 마련을 위해 국내 기관을 통한 추가 출자도 추진했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대주들이 리파이낸싱 조건으로 자본금 추가 납입을 요청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대주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충분한 자금 모집에 실패하는 경우 자산 안정화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내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트리아논 오피스에 대한 임의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등 유럽 도심의 상업용 오피스 빌딩 가격이 하락 중이기에 건물 매각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매각되더라도 초기 투자시점보다 낮은 자산 가치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2018년 10월 총 3700억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KB국민은행·대신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만 78조.. 금감원, 20일 증권사 임원 모집해 점검 나서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금융사들의 신용도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2019~2020년 글로벌 부동산 자산이 고점을 찍었을 때 투자된 건들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금감원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는 코로나 직전과 비교하면 40%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이번에 부실이 발생한 홍콩 빌딩과 같은 해외 부동산 투자의 약 70%는 오피스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재택 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부문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해외 대체 투자 부실 위험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함께  증권사들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올해 하반기 금융업계 신용도 방향성의 핵심 변수로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 투자 자산 가치 하락 위험 등을 꼽았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가 높은 업체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이번 해외 부동산 펀드 사태를 관리 감독에 나선다. 금감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증권사 임원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해외 부동산 펀드가 유행했던 2016년에는 저금리 시대였기에 당시 상업용 부동산 투자 역시 수익·안정성 높은 상품이었다"며 "다만 코로나 이후 금리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지금과 같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 되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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