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월 2일 김포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가는 대한항공. 1등석에는 이주일 조용필 씨가 타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문화훈장을 받으러 가는 중이었다. 3등석에는 필자가 있었다. 우리 텔레비전 역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예술가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4일 후 파리 시내 에릭 파브레 화랑. 이우환 씨의 파리초대전이 개막되었다. 필자는 이 전시회를 이렇게 서울에 소개했다.“이우환 씨의 작품은 자연석과 거대한 철판을 배열하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에릭 파브레의 넓은 전시장에 놓은 작품들은 모두 5개로서, 각각 형
작은 청소기를 하나 새로 샀다. 상자 속에 단정하게 제품 사용설명서가 들어 있다. 어떤 것은 간단한 설명만 하고 더 자세한 것은 앱을 다운받거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알아보도록 하고 있다. 예전보다 친절해진 점도 있지만 이젠 제품 사용방법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요새 아파트 분양받아 입주하면 예전과 달리 두툼한 집 사용 설명책자가 열쇠 꾸러미와 함께 배달된다. 웬 집이 이리 사용하기 복잡한지, 인공지능 아파트라는데 인공지능은 무얼 하고 선량한 입주자를 골치 아프게 공부시키는지 짜증이 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뭔가
지난주 남아프리카 발(發) 오미크론 변종 소식은 아직도 우리가 무자비한 코로나 바이러스 통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지난 두 달 사이 국제선 및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며 팬데믹 시대 여행의 불편과 위협을 경험했다. 국내선은 탑승 전 72시간 내에 받은 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했던 국제선 절차가 불필요해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잠시였다. 제주도를 다녀온 며칠 후 승객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전화에 보건소를 찾아 채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다섯 번이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여러 선진국들이 전파력이 커 보이는 오미크론 출
K는 강남 아파트에 사는 소시민이다. “뭐? 강남 사는 소시민?” 욕부터 날아온다. “엄살떨지 말라”는 거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K의 넋두리도 한번 들어보자.K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대학도 졸업했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했지만. 군대 갔다 와서 원하던 직장도 들어갔다. 경제가 팽창하던 1970년대여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30년간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해외 근무도 했다.K는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으나 얼마 안 가 집도 장만했다. 강북의 연탄 때는 작은 집이지만. 자금이 부족해 대출받고, 아내가 일하며 번 돈도 보탰
전주 경기전(慶基殿)에서 태조 이성계(太祖 李成桂, 1335~1408, 재위 1392~1398)의 어진(御眞) 특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며칠 후 훌쩍 집을 나와 버스터미널에서 전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경기전에 도착하니 노란 은행잎이 늦가을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먼저 어진을 봉안한 ‘어진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어진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본 후 경기전 앞 커피숍에서 차향을 즐기며 생각에 잠깁니다. 지난 10년간 열 차례도 넘게 찾아왔건만 그 첫 만남의 설렘은 이번에도 여전했습니다.왜 그럴까? 아마도 태조 어진은
지난달 타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찬반논란 속에 국가장으로 거행되었다. 그러나 12·12 군사반란, 내란죄 등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그는 관련 법규에 따라 국립현충원에는 안장되지 않았다. 23일 타계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국립현충원에 가지 못한다.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그러나 이는 유교적 왕조 문화의 잔재로, 다른 선진국들의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제도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서거한 39명의 대통령 중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제27대 대통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목표궤도 700km까지 순조롭게 진입하였다. 1992년 8월 11일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리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역사로 보면 30년이 지난 시점이다. 궤도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하였으나 실용급(무게 1톤)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 보유하기 위하여 국가가 대형 과학기술 연구시설에 꾸준히 투자를 해 온 결과이다.우리나라가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판은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이 한 말을 유·불리에 따라 어쩌면 저렇게 뻔뻔하게 뒤집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정치인은 그렇다 치고 언론도 믿을 수가 없다. 통계도 못 믿겠고 여론조사도 수상하다. 검찰도 신뢰가 안 가고 사법부도 점점 믿기 어렵다.한때 윤리경영, 정도경영, 신뢰경영이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윤리경영, 신뢰경영 없이는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투명경영, 믿음 경영이라고도 하는 신뢰경영은 직원들의 사기와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며 비용을 대폭
기름 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주유소 가기가 겁이 난다. 2024년에 화력발전소의 종말을 선언한 영국이 폐쇄한 화력발전소(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연료) 가동을 재개했다. 중국의 전력난도 심상치 않다. 호주와의 불편함으로 석탄 수입이 중단되고, 석탄 주산지인 산시(山西)성의 홍수로 석탄발전소 여러 곳이 멈추면서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생산이 덜커덩거리고 있다. 우선 반도체 생산량의 부족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생산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미국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20년간)을 체결한 데서 에너지의
K형, 요즘 얼마나 바쁘십니까? 과거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사를 정리, 기록하고 홍보하시느라. 또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의 노고도 치하하고, 뭔가 도움도 주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고생이 많지요? 위태위태한 정권 재창출도 얼마나 걱정입니까? 잠 못 이루는 나날이겠습니다.K형, 형은 학창시절 3선개헌 반대, 교련(敎鍊) 반대 등 학생운동에 정열을 바쳤습니다. 이로 인해 강제 징집되기도 했지요. 제대 후 복학, 학교를 졸업했지만 학생운동 경력으로 취업 애로도 많았지요. 그러나 정치권이 형의 투쟁경력과 능력을 높이 사 비례대표로 국회의원도 한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다시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올해 들어서만 비트코인은 2.6배, 이더리움은 8배,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지난달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최초 승인한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서 제도권 내에서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직접 거래가 부담스럽거나 규제로 인해 투자가 제한됐던 제도권 내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투자의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비트코인 투자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이더리움의 경우,
“나는 헤라트의 한 마을 변두리에서 2만여 명의 남녀와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이 모두 땅에 쓰러져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타지키스탄의 두샨베에서 나는 10만 명이나 되는 아프간 사람들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도망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마지막 심판의 황야 같았다. 이러한 영상을 세계의 대중매체는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전쟁으로 상처 입고 맨발인 아이들이 몇 십 킬로나 되는 길을 도망쳐 온 것이다. 그 후 이 도망하는 군중은 뒤에서 국내의 적에게 공
이런 우스개, 아니 거짓말이 있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노인이 일찍 죽겠다.” ”처녀가 시집 안 가겠다.”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본 소위 3대 거짓말이다. 이런 우스개가 아니라, 진짜 거짓말은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다. 숨소리 빼곤 다 거짓말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표만 된다면 뭐든 질러 놓고 보는 이들이 바로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1997년 15대 대선에 나선 김대중 후보가 10월 8일 관훈클럽에서 한 기자회견은 압권이다. 정치인들이 거짓말 논란을 어떻게 피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고전적(?) 사례다. 김 후보는 “저는 일생에
요즘 이러저런 곳에서 도시경관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왕릉 앞을 가로막고 들어서는 신도시 아파트단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서울시 재건축 등 아파트 높이 완화가 보도되기도 한다. 대체로 현재보다 경관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문제의 핵심은 과다한 건물 높이다.도시설계 분야에서는 유명한 격언이 하나 있다. “아름다운 건물이 여러 개 있다고 곧 아름다운 도시가 되는 게 아니다.” 도시경관은 한 건물을 만드는 것과는 매우 다른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 게슈탈트(Gestalt)심리학 이론에서 말하는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마카로니 서부영화에서 주민들을 괴롭히던 악당이 한동안 사라졌다가 어느 날 마을 어귀에 나타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를 기억하는 나이든 주민들은 겁먹은 얼굴로 아이들을 집 안으로 데려간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긴장감에 찬 음악이 배경에 흐른다.공산품, 서비스 요금 등 여러 가격이 오르면 생활비가 많이 든다.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 인플레이션인데 길어지면 폐해가 크다. 근로자는 생활비가 오르니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각종 비용 상승을 반영해 만들어 파는 물건 값을 올린다. 임금이나 가격 인상은 향후 예상
국민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란다.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일관된 흐름이다. 이쯤 되면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내년 대통령선거 양상은 이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지 않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한다. 여야 정당 지지율도 큰 차가 없다. 야당 대선 주자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탓이다.올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율은 늘 과반을 넘었다. 정권재창출 지지여론보다 항상 10~20여% 높았다. 오차범위를 넘는 수치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교체열망의 반영이다.
근·현대 미술사에서 이정표로 우뚝 선 작품이 둘 있습니다.그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1907년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lelles d’Avignon)’로, 입체파의 문(門)을 열어젖힌 20세기의 걸작입니다.다른 하나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1917년 세상에 선보인 ‘샘(Fountain)’이라는 작품입니다. ‘샘’은 ‘개념 미술’, ‘상징주의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입니다.191
정치권, 특히 현 집권층은 자기 편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목청 큰 사람이 이기는 걸로 안다. 무조건 우긴다. 해괴한 논리로 자기 편을 방어하고 상대를 공격한다. 명백한 비리나 의혹,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도 그렇다. 실상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헷갈린다. 뭐가 옳고, 그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상대를 적대시한다. 이처럼 사회가 분열돼도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은 수수방관한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대장동 의혹을 살펴보자. 대장동 개발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관 합동으로 시행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공
올해 노벨평화상은 CNN 기자 출신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120년 역사에서 언론인이 이 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1935년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던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1889~1938)가 노벨평화상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수상 이유는 ‘독일의 재무장 반대 운동’으로, 평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공적이었다. 금년 수상자인 두 언론인의 선정 사유는 각기 두테르테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에 맞서 정권의 비리를 고발하고 비판한 탐사보도였다.
작금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언론·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사업자 선정 과정과 수익배분 구조 설계, 화천대유 등 민간 개발업자와 성남시의 합작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수익과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간 천문학적 이익, 전직 대법관·검찰총장·특별검사 등 회자되는 관련 인사 등 여러 방면에서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특히 당시 성남시장이 여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지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