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제비요? 알아요!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그 엄청 똑똑한 동물 맞죠?"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제비를 본 적은 없냐는 내 질문에 아이는 크게 놀라며 "제비가 진짜 새라고요? 용이나 해태 같은 상상 속의 동물 아니었어요?"

우리는 둘 다 각자의 놀람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제비는 인공부화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인공둥지도 성공률이 낮다. 몸집이 작다고 하지만 빠르게 넓은 곳을 날아다니는 새라서 동물원 같은 인공적인 공간에서 보호하는 것도 어렵다. 지방에 갈 일이 있어서, 제비를 볼 기회가 있어서 “저게 제비야” 하고 말해주지 않으면, 제비가 동화 속 캐릭터라고 오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012년 여름, 서울에서 태어나 쭉 자라온 아이와의 대화 이후 내 여름은 좀 더 덥고 부산해졌다. 3399 서울 제비 SOS(Swallow of Seoul) 시민모니터단은 서울 곳곳을 방문하며 제비를 조사한다. 어느 집에 제비가 몇 년째 돌아오고 있고, 알을 몇 개 낳았고, 몇 마리가 부화하고 성공적으로 떠나는지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봉사단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새 제비는 국제자연보전연맹 관심필요종이면서 2000년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종이다. 원래 절벽에 둥지를 지었지만 천적인 뱀, 오소리 등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사는 집을 찾아와 둥지를 틀게 되었다. 사람이 잡아서 인위적으로 훈련을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람 곁으로 와서 자리를 잡는 흔하지 않은 동물인 것이다.

매년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 게 특징인데, 그 집이 빈집이 되면 돌아오지 않으니 진심으로 사람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대도시에, 특히 서울에서 가장 많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왜 도시에서는 보호종으로 지정될 만큼 제비를 보기가 어려워졌을까?

도시에서는 집을 지을 진흙과 가벼운 풀을 찾기 어렵고, 먹이가 되는 벌레들은 살충제에 노출되어 아기제비들의 생존율이 떨어진다. 집의 구조가 바뀌면서 둥지를 틀 처마도 없고 대안으로 필로티 주차장이나 튀어나온 간판 글씨 위, 천막 지붕의 금속 막대, 에어컨 호스 등에 둥지를 틀지만 전등 열로 알이 익어버리거나, 미끄럽게 코팅된 건축자재로 아기제비들이 커가면서 무거워진 둥지가 통째로 떨어지는 끔찍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제비에게 벽 한편을 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비의 둥지. 필로티 벽이나 글자 간판 등에 기대어 위태로이, 그러나 굳세게 집을 짓는다.
제비의 둥지. 필로티 벽이나 글자 간판 등에 기대어 위태로이, 그러나 굳세게 집을 짓는다.

절기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유일한 동물 제비는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도 그려진다. 농업이 주업이던 시절 제비가 돌아오면 진정한 봄이 되어 드디어 농사를 지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음을 의미했다. 제비가 떠나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벌레를 잡는 제비가 낮게 날면 습도가 높아 날개가 무거워진 벌레가 낮게 있다는 것을 의미해 곧 비가 올 것이니 대비하라는 신호였다.

도시에서 농업이 줄어들면서 그 중요성이 낮아지고 새마을운동 시절에는 제비집이 있는 집들이 비교적 허름하다며 털어낼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제비가 반가운 존재에서 귀찮고 부끄러운 존재가 되는 건 금방이었고 그 사이 집집마다 찾아오던 제비는 몇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보기 힘든 새가 되었다.

다른 조류 연구와 비교할 때 제비 조사가 어려운 이유는 제비 연구를 위해 너른 들판이 아닌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가가호호 방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비집이 대문 밖에서 훤하게 보이는 곳에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햇볕에 그을린 조류 연구자들이 큰 카메라를 들고 집 안을 기웃거리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쌍안경보다 신분증을 먼저 챙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청소년 모니터단을 모집했다.

다른 동네에서 제비를 보러 찾아왔다는 3399제비탐사단을 보고 주민들은 갑자기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온 동네 제비들을 소개해준다. 그렇게 모은 제비 분포도를 매년 조류 연구자들에게 공유하면, 다양한 지도와 비교하여 제비와 함께 살기 위한 도시의 조건들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제비 탐사를 하며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제비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저 흔해 빠진 새를 뭐 하러 찾아오냐"라고 하고, 제비가 없는 지역에서는 "서울에 제비가 어디 있냐! 시골에 가야지"라고 조언한다. 집 한편을 내주는 여유보다 마음 한쪽을 내어주는 여유와 관심이 더 부족한 것이다.

다음에 만난 도시 아이들이 제비를 정말 상상 속 과거의 새로 기억하지 않도록 도시의 새 제비에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모니터링도 언제나 열려 있지만, 제비의 성공적 도시 생활을 위해 서울에서 제비 둥지를 발견하여 제보하면 박씨(문화상품권 1만 원)도 제공한다고 하니 오늘 처마 끝을 한번 보면 어떨까? **문의 및 둥지 제보 박미현: t4g@touch4good.com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