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 대환대출 서비스, 초기 흥행 이후 '주춤'
일 평균 대환규모 '360억원→140억원' 뚝 떨어져
'2금융권→1금융권' 비중도 10%
규제 완화 필요성도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준비상황 및 서비스 개시 이후 비상 대응계획을 보고받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 사진=금융위원회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준비상황 및 서비스 개시 이후 비상 대응계획을 보고받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 사진=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간 약 40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둘러싼 ‘쩐의 전쟁’을 예고하며 지난달 말 출시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이하 대환대출 플랫폼)’가 서비스 개시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곳곳에서 보완할 점이 노출되고 있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들의 선택권 확보라는 기존 의도와 달리, 사실상 은행권 내 고신용자 유치 경쟁으로 함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출범 초 단기간 내 대규모 대환대출이 발생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업권 간 이동에 한계가 노출되면서 이후 실제 대환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 적용을 앞두고 그간 노출된 문제점 개선이 미진할 경우, 실질적인 정책 효과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당국과 은행권의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초기흥행 성공한 대환대출, 하지만...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기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갈아탄 대출 건수는 총 1만9778건, 규모는 5005억원(잠정)수준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절감한 총 연간 이자 규모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말 출시된 대환대출 인프라는 기존 고금리 대출 상품에서 타행 또는 타 업권의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대환대출을 원하는 차주는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비교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후, 플랫폼 내 연결된 해당 금융사 앱으로 즉시 이동해 갈아탈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대환대출을 원하는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 직접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환대출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방문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최소 15분’ 내로 더 낮은 금리의 타사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출시 초,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했다. 해외에서도 실제 금리비교에 이어 대출 갈아타기 까지 한번에 지원하는 플랫폼은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50여 개의 금융사가 참여하는 등 금융권의 니즈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금리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직장인대출 금리를 최대 0.4%p(포인트) 내렸고, 또 다른 시중은행은 대환대출 상품을 대상으로 0.5%p의 우대금리를 신설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또한 이에 화답하듯 금융사의 대환대출 한도를 일시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환대출에 참여한 금융사는 기존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제한됐던 신규 취급한도 규제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면서 멈춤 없는 대출 공급 또한 가능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당수 차주들의 대환 수요를 고려해 한도를 없앤 것”이라며 “추후에도 필요할 경우, 탄력적으로 신규 취급액 기준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애초 취지 무색해진 대환대출?

하지만, 이러한 흥행세의 이면에는 여전히 문제점도 존재하는 모습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의 경쟁 양상이 고유의 ‘금리경쟁’이 아닌 은행권 내 ‘고신용자 유치’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시점부터 열흘(5월31일~6월9일)간 시중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 내에서 이동한 금액은 3636억원, 전체 대환대출 금액의 94.6%를 차지했다. 건수 기준으로도 1금융권 내 이동 비율이 84.7%(9895건)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보유했던 차주가 1금융권인 시중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탄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이동한 금액은 147억원으로 전체의 3.8%, 건수 기준으로도 8.9%(1042건)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1금융권 내 시중은행 내에서 이동한 비중은 건수 기준 82.5%, 금액 기준으로는 92.3%에 달했다. 2%p 가량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80~90%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넘어가는 대환대출의 기대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질적인 대환대출 규모의 증가세 또한 한풀 꺾인 모습이다.

실제로 출시 이후 지난 21일까지 저금리를 찾아 이동한 대출자산은 5005억원 수준이다. 출시 후 열흘 새 이동한 대출금액 규모(3636억원)를 감안하면,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약 열흘 새 발생한 대환대출 금액은 14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특히 일 평균 대환규모는 초반 열흘 360억원 규모에서 이후에는 140억원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대환대출 DSR완화 검토돼야” 지적도

업계에서는 대환대출이 본연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환대출 니즈를 가진 차주들을 위한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바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이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연간 갚아야 할 원금 및 이자의 비중을 의미한다. 현재 1금융권은 40%, 2금융권은 50%로 규제를 받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대환대출에도 적용되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출 차주 10명 중 3명(32%)은 DSR의 40%를 초과한다. 당연히 대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특히, 오는 12월 주담대의 대환대출 적용 시점에도 해당 규제가 지속된다면 더 많은 대출 차주들이 DSR 규제에 가로막혀 대환대출을 이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DSR규제가 완화되면 대환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과도한 수요 발생이 자칫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금융권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및 금융소비자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대출의 대환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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