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인 저축은행·카드사
제도권 ‘마지막 보루‘ 대부업체도 대출 중단
불법사금융 노출되는 저신용자...불법 추심 피해 급증
당국, 2금융권에 경고장...금감원장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웰컴저축은행, 신한카드 본사/사진=각 사 제공
웰컴저축은행, 신한카드 본사/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저신용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까지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인 저축은행·카드사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을 월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31곳 가운데 15곳은 신용점수가 600점 이하인 차주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2년 전인 2021년 5월 말 6곳에서 지난해 5월 말 7곳, 지난해 11월 말 8곳으로 늘더니 올해 들어 더 많아졌다.

개인 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 저축은행 수도 1년 전(34곳)보다 줄었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진 가운데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진 저축은행이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져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쉽게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만기가 끝나는 시점이 와야 저신용자 대출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것은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5월 말 7개 주요 카드사(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론을 취급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이들 카드사는 신용점수 501~600점 구간에 대해 16.65~19.90%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사진=러시앤캐시 홈페이지 캡처
사진=러시앤캐시 홈페이지 캡처

제도권 ‘마지막 보루‘ 대부업체마저 대출 중단

저축은행과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가 갈 곳은 제도권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체 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 업체 69개사 중 13개사가 경영 환경 악화로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1위 대부 업체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 올해 연말 한국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OK저축은행은 계열사 러시앤캐시의 영업 양수도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현재 OK저축은행이 제출한 신청서를 심사하고 있다. 신청서가 통과되면 러시앤캐시는 OK저축은행에 흡수·합병된다.

최근 몇 년간 대부 업체들은 계속 국내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3월 일본계 대부 업체 산와대부(산와머니)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을 회수한 데 이어 조이크레디트대부도 2020년 1월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대부 업체들의 경영 악화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첫 손에 꼽힌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021년 연 24%에서 20%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등록 대부업체의 이용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직전인 2021년 6월 말 123만명에서 1년 후인 2022년 6월 말 106만4000명으로 13.4% 감소했다. 자산 100억원 이상인 대형 법인 대부업체 이용자수는 108만2000명에서 92만3000명으로 14.6% 줄었다.

고금리 기조에서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상승했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막혀 있어 대출 마진을 남기기 힘들어진 상황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 문턱을 높여 이용자 수를 자체적으로 줄인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저신용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올해 1분기 신규 취급된 신용대출은 총 2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81.9%, 직전 분기 대비 44.7% 줄었다.

그 결과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추심 피해는 총 557건으로 1년 전(384건) 대비 약 45% 증가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를 받는 식으로 이자제한법을 위반한 사건도 330건으로 1년 전(306건)보다 8%가량 늘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당국, 2금융권에 경고장...李 “서민 자금 공급 역할 충실히 해야“

저신용자 대출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한 금융 당국은 2금융권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최근 제2금융권이 연체율 상승 등으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금융회사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합리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서민에 대한 자금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제2금융권은 중·저신용자가 주된 고객이므로 경기 침체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가 앞으로 상당 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저신용자 대출 절벽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금융 당국은 2금융권을 압박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질적인 대책 마련 등 노력을 기울여 저신용자 대출에 숨통을 틔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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