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금리경쟁력 앞세워 잔액 확대
수요 증가에 이달 중 40조원대 재진입 유력
한도 늘리고 상품도 확대, “연체율 및 건전성 우려도”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완만한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표적인 ‘급전 대출’ 상품으로 분류되는 마이너스통장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감소했던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는 추이를 보이면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은행업계에서는 당분간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때 연 6%대를 넘어서기도 했던 금리가 연 4%대까지 하락한 데다, 계절적 특수를 타고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급전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소위 ‘영끌’, ‘빚투’에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려는 2030세대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건전성 관리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감소세를 보였던 국내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최근 금리인하 기조의 영향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긴축 완화 기조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세가 지속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차주를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때아닌 금리경쟁력’에 주목받는 마통

앞서 언급했듯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긴축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878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후 2월에 40조2709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3월(39조1877억원), 4월(39조1143억원)에도 감소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4월 말을 기점으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증가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575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600억원 가량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증가세 전환의 원인으로 기준금리를 포함한 지표금리의 전반적인 안정세를 거론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 4월 말에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지난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두 번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긴축 완화 시그널이 은행채, 국채, 코픽스(COFIX) 등 여타 준거금리에도 적용되면서 마이너스통장 금리 또한 완만한 하향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마이너스통장의 평균 금리는 연 5.67%다. 이는 전월 말(연 5.71%) 대비 0.04%p 가량 하락한 수치다. 특히, 지난 1월 말 이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가 연 6%대 중반(6.42%)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같은 기간 일반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마이너스통장보다 소폭 높은 수준(연 5.8%)을 기록한 점 또한 눈여겨볼 부분”이라며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를 찾는 차주, 그리고 신용대출에는 부담을 느끼는 차주들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40조원대 재진입 유력한 마통 잔액

은행권 또한 마이너스통장 확산세에 주목하고 있다. 수개월간 이어졌던 가계대출 감소세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잔액 감소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스통장의 확대는 은행권의 입장에선 신용대출 감소세를 상쇄할 대안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말(109조9315억원) 대비 2600억원 가량 감소한 109조673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 초 116조37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 새 무려 6조원이나 잔액이 감소한 셈이다.

마이너스통장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사용하고 갚을 수 있게 하는 금융상품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데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된다.

또, 전체 대출 잔액에 대해 매월 이자를 내야 하는 일반신용대출과 달리, 마이너스통장은 전체 한도 내에서 자신이 실제 쓴 만큼만 이자를 부담하면 된다. 특히 통상적으로 일반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5%p~2%p 가량 높았지만, 최근 지표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인해 오히려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 역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스레 마이너스통장으로 차주들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말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40조원대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6월 중순(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7515억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나고 있는 마이너스통장 수요와 금리인하 추이를 고려하면 더 큰 폭의 증가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상적으로 휴가철 자금 수요 영향으로 6월부터 8월 사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가 낮아진 데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여행 수요가 올해 폭발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마이너스통장 수요도 예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마통에 주목하는 은행권

은행권도 마이너스통장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건전성 강화 조치로 인해 축소했던 한도를 다시 정상적으로 복원하거나, 2030세대를 위한 청년도약계좌 전용 마이너스통장을 출시하는 등 영업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또한 오는 7월을 기점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종료한다. 이를 통해 당장 다음 주부터 신규 마이너스통장 개설 차주들은 연 소득의 최대 2배까지 한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흐름 속에서도 마이너스통장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부분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하반기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여전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투자 목적의 마이너스통장 개설 움직임도 크기 때문이다.

자칫 무리한 마이너스통장 확대가 하반기 연체율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기타 신용대출의 부실채권(NPL)비율 연체율은 0.45%로 집계됐다. 0.23%의 연체율을 기록한 가계대출, 0.14%를 기록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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