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논설위원,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허찬국 논설위원
허찬국 논설위원

올 들어 인도 인구가 중국보다 많은 것으로 추계되며 세계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다. 인구 구성면에서 인도는 청년층 인구가 넘쳐나 조만간 노인의 나라가 되는 중국과 대비된다. 지난 30년 가까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인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낙관론자들은 21세기가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드러난 인도의 명암을 살핀다.

     미국 환대 유발한 기회주의적 외교

2014년 이후 계속 인도 정부를 이끌어온 모디 총리가 지난주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마크롱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와 한국은 미국과 역사적 혈맹관계이며 현재에도 대외정책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우방들이다.

이에 비해 인도는 미국과 데면데면한 사이이다. 그 이유는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 더 가깝게 지냈던 역사적 배경뿐만이 아니다. 작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금수조치를 내린 러시아의 원유를 인도는 헐값에 대량 수입하고 있고 정제한 기름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 러시아에서 원유 수입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러시아 수출의 약 반을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의 대형 정유사들은 러시아와 합작 투자한 회사들이라 이런 횡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언론탄압 더 심해지는 ‘통제국가’

‘원칙’과 ‘실용’이 모디 방미 분석 기사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미국의 환대는 미국이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에서 인도를 자기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실용’적 고려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의 미국은 개방적 민주주의를 고집하는 ‘원칙’을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즉,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가 점점 (특정 종교의 영향을 배제하는) 세속적이고 개방적인 민주주의 전통에서 멀어지며 힌두교 원리주의적, 권위주의적 통제 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주목받고 있다. 첫째는 야당 탄압이다. 여당인 BJP가 올 3월 모디 출신 지역인 구자라트주(州)의 법원에서 모디 총리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야당 국민의회당 지도자 네루 의원을 의회에서 축출했다. 내년 총선을 고려한 야당 탄압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두 번째는 언론 탄압이다. 영국의 BBC가 제작하여 올 1월 영국에서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가 인도에서 수모를 겪고 있다. 2002년 모디가 주 총리였던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교도 사이의 충돌로 약 2000명 가까운 사망자와 방화, 강간 등으로 비슷한 규모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피해자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규모가 2억 명에 달하지만 14억 전체 인구 중 힌두교가 절대 다수이니 무슬림은 점점 강경 힌두파의 탄압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발끈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뉴델리의 BBC 사무실에 대한 세무조사가 뒤따랐고, 인도 내에서 이 프로그램 접근을 막아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유튜브와 트위터는 순응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인도 언론의 자유를 비교 대상 180개국 중 150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제조업

인도 경제는 괄목할 성과를 보였다. 빠른 성장에 힘입어 경제 규모가 모디 재임 초 세계 10위권에서 최근 5위로 올라섰다. 약 5년 안에 일본과 독일을 추월하여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빠른 증가가 중요 요인인데, 정부 자료에 따르면 도로망은 약 25%, 공항 수는 9년 사이 74개에서 148개로 늘었다. 생활의 질과 연관된 분야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농촌지역에 약 1억 2000개의 화장실을 설치하여 10여 년 전 농촌 인구 중 화장실이 없어 고통을 겪던 비중이 60%이던 것을 근래에는 20%대로 낮추었다. 의대 수가 약 두 배로 늘어 매년 약 1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IT기술을 이용한 서민금융 결제수단이 널리 보급되었고 저소득층 지원체계를 구비하였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나라인 만큼 중진국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분석 기사들은 인도의 일자리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경쟁력의 꽃으로 여겨지는 IT 서비스 부문이 직접 고용한 인원이 약 500만 명이다. 전체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약 9억 명으로 약 반 정도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공식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 수는 약 60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중국이나 미국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이는 실업문제를 완화할지 모르나 본격적 성장을 위해서는 장애요인이 된다.

대규모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중국의 경우와 같이 제조업이 필요하다. 최근 외국 기업들의 탈(脫)중국 추세로 인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애플사가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 고용사정 관점에서 보면 조족지혈이다. 인도 정부는 외국 제조업 유치를 위해 ‘Make in India’를 구호로 다양한 유인(誘因)을 제공하며 제조업 기반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른 미국 자동차 기업들에 이어 2021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인도에서 철수했다.

     “이웃 파키스탄을 타산지석 삼아야”

198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에 주재하거나 자주 방문해 인도에 정통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지적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올 3월 인도의 경제 도약 가능성을 다룬 “Can India Change the World?” 칼럼에서 세 가지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을 언급했다. 교육 분야 개선, 여성 노동 참가 제고, 제조업 확대를 위한 기업 활동 여건 개선이다. 아울러 다른 칼럼에서 그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자리 잡으며 정치 사회적 분야뿐 아니라 경제도 어려워진 이웃 파키스탄을 타산지석 삼으라고 충고한다. 힌두 원리주의 파고를 만끽하고 있는 모디 총리에게 적절한 조언으로 보이나 과연 콧방귀나 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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