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이석구 언론인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본이 과거에 수차 사과나 유감을 표명했다고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안함 폭침이나 6·25 남침 등 북한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이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의 태도를 보면 일본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 마지못해 북한의 소행을 인정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천안함 폭침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를 비교해 보자. 지난 5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서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2021년 3월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과 관련,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에 희생된 46명의 해병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재명 대표도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만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나 문 전 대통령, 이 대표 등 모두가 과거 정부 입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질문을 비켜갔다. 민주당 주류인 586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이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모두 ‘정부 입장 수용’으로 어물쩍 넘어간다. 정치적 책임과 결과를 고려한 말장난들이다. 이들의 정부 입장 계승을 논리적으로만 따져 보면 ‘정부 입장은 그런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 해석도 가능해진다.

그런 면에서 문 전 대통령이나 이 대표, 민주당 모두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두리뭉실 넘어가려는 것과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이들의 어정쩡한 태도가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부 공식 입장(폭침)엔 변함이 없다” 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엔 인색했다.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이 대표의 지난 5일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은 있지만 자신의 견해는 없다. 북한 소행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 아니면 속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천안함 폭침과 함장, 장병에 대한 민주당의 폄훼나 막말도 잊을 만하면 튀어나온다. “식민통치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일본 일부 인사의 망언처럼-. 2021년 6월 27일 조상호 당시 상근부대변인(현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모 방송에 출연, 최원일 천안함 함장에 대해 “…그때 당시에 생때같은 그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 놓고…”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도 6일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한 최 함장에 대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는 등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으로 폄하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그들의 이런 논리는 “집에 강도가 들어 가족까지 살해하고 도주했는데 가장은 왜 살아 있느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의 생각을 대변한다는 민주당 대변인들의 이런 막말 퍼레이드를 보면 민주당의 가치관이 짐작된다.

민주당의 저변에는 이처럼 북한의 만행은 눈감고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 이 대표의 이래경(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혁신위원장 임명 해프닝도 좋은 예다. 그는 천안함 자폭설,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옹호 등의 주장을 했던 인사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도 공식 발표 전에 이를 문제 삼은 최고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의 만행에 대해서는 문제의식도 없고, 한없이 너그러운 민주당의 기본인식이 가져온 결과다.

이래경은 여론에 밀려 임명 9시간 만에 물러났으나 여전히 ‘천안함 폭침 원인은 불명’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586인사들도 암묵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것 같다. 6·25남침이나 천안함 폭침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면-. 마치 6·25는 민족해방전쟁, 천안함 폭침은 원인불명 또는 자폭이라는 견해가 그들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권칠승 민주당 대변인이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는 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걸 보며 느끼는 민주당의 속내다. 국민의힘이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에 대한 폄하와 실언을 이유로 김재원, 태영호 등 선출직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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