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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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1972년 6월 5일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를 놓고 처음으로 ‘유엔 인간환경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Human Environment)’가 열렸고, ‘유엔 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되었다. 특히 환경 관련 국제기구로선 처음인 UNEP(유엔환경계획)가 탄생된 날이기도 하다. 그해 제27차 유엔총회에서 환경의 날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와서야 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로 정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통령은 올해에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기념사 대독도 없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일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관심 사항이나 이슈에 따라서 기념일에 참석하시는 것이라면, 환경이야말로 최고의 이슈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설비 시운전(6.12)이 시작됨으로써 연일 시끄럽지 않은가.

이번 봄은 예년보다 높은(+1.6℃) 이상고온을 보이고 있다는데, 세계기후에 관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슈퍼’ 엘니뇨(EL Nino) 등으로 올해 여름은 가뭄과 홍수, 폭염 등이 아주 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날 저녁 9시 뉴스는 여야 입씨름으로 도배됐을 뿐 환경의 날은 없었다. 헌법 제35조는 국민의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환경권이야말로 국민에게 평등하고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호남지방의 가뭄은 심각했다. 작년 11월 말경 출장 갔을 때 걸려 있던 펼침막은 물 부족을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광주 시내에 걸려 있던 물절약 촉구 펼침막. 사진=민경보
 지난해 11월 광주 시내에 걸려 있던 물절약 촉구 펼침막. 사진=민경보

특히나 도서(島嶼)지방의 어려움은 더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3일부터 닷새간 호남지역에 내린 비로 누적 강수량이 평균 220㎜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제한급수를 겪고 있던 전남 도서지방의 상수원 저수율이 크게 올라서, 5개 섬의 제한급수가 모두 해제되었다고 한다. 보길도에서는 받아놓은 빗물로 미루어두었던 이불빨래를 하고서는 얼마나 좋았으면 경로당에서 잔치까지 벌였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비는 단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폭우로 농작물·시설물 피해와 전기 중단 등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번 여름 기상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 역시 가뭄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가뭄모니터(United States Drought Monitor)’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 국토의 49.3%가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특히 남서부 75% 지역(5500만 명 거주)은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결국 서부를 대표하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콜로라도강을 취수원으로 하는 5개 주는 시간제 급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집 앞 잔디 물 주기 금지령까지 내렸고, 특히 네바다주는 관상용 잔디를 불법화하면서까지 물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미에서도 가뭄이 심각하다. 특히 우루과이 수도인 몬테비데오도 제한급수가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있다. 물 부족의 대안으로 대서양 가까운 곳에서 물을 끌어와 담수의 부족분을 채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수돗물의 염도가 높아 수돗물이 짜지게 됐다. 시민들이 수돗물 정책(수돗물 염도규정을 개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재미있다. “물이 짜서 저절로 음식에 간이 되니 조리할 때 소금을 넣지 말라”는 것을 대책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우루과이 기상청에 따르면 83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며, 이는 벌써 3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하늘에서 내려줄 비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한다. 그러자면 기우제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정부 당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중남미의 극심한 가뭄의 불똥은 파나마운하의 해상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나마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Gatun)호수는 올 7월 역사상 최저치로 수위가 낮아질 전망이다. ‘국제 공급망 모니터링 회사 에버스트림’에 따르면 배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수문을 열어 바다로 흘려보내야 하는 물의 양이 약 2억 리터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 선박들은 짐을 덜 싣고, 요금은 더 많이 내게 되면서 여름철 화물운송비가 그만큼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20세기에 들어와 특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물의 남용과 산업의 발전에 따른 엄청난 양의 물 사용으로 지하수를 빠르게 줄어들게 하고 있다. 이제 물을 가까이해야 하는 여름이 성큼 오고 있다. 더구나 우리가 자랑하는 반도체 생산 등 산업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당연히 정부 차원의 철저하고 정교한 물 절약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치수(治水)는 순환자원 차원으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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