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 연구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서 황제제 전제정치를 일소하는 개혁을 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어도 역사상 지속되어 온 ‘공적 노예’ 상태를 벗어났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재산권과 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 독재와 계획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므로, 전제정치 못지않게 억압적이고, 경제적 파이를 키울 수 없어서 국민은 ‘사실상 노예’ 상태를 지속했다.

이런 상태를 덩사오핑(鄧小平)은 계획경제체제 대신 공산당 일당 독재에 시장경제체제를 접목하는 방법으로 돌파했다. ‘개발독재체제’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으로 성공한 나라들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있었다. 등소평은 이 방식을 모방해서 대성공을 거두어 중국의 ‘중진국’ 수준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향후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것인가?’는 별개 문제이다. 왜냐하면 개발독재체제는 잠재실업 상태에 있던 유휴 노동력 등을 보다 많이 투입해서 고도성장을 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유휴 자원들이 한계에 달하면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노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산업화 성공 국가들도 모두 경험했던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후에는 생산성 향상만이 경제성장의 핵심 열쇠가 된다.

오늘날 중국의 비극은 개발독재체제의 효율성이 일정 시점에만 유효하고, 그 이후에는 상당한 비효율성과 내부적 인센티브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시진핑(習近平)을 포함한 공산주의자들이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권위주의 개발독재 모델을 허황되게 포장하여 고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군사력, 기술, 무역 경쟁력, 국부, 거대 내수시장 등 다방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중국이 과거와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나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각광을 받았던 대국들은 근현대사에만도 차고 넘친다. 가장 최근에는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제3제국’이라 칭해졌던 히틀러의 독일이 바로 그런 대국에 속하는 나라들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개별 요인들에 의한 비교는 대개 착시를 일으킨다.

성장경제학의 대가 대런 에이쓰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 하버드대 교수는 그들의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와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에서 독재 또는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체제의 조합이 한계에 달할 때, 한 나라가 이를 뒤엎고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건설·정착시킬 수 있어야 장기적인 번영과 평화를 지속할 수 있음을 전 세계 모든 대륙 각국 사례를 기반으로 입증한 바 있다.

그러므로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개혁개방 시작 이후 집권했던 모든 독재자들보다 더 심각한 장기독재와 공산주의 노선 회귀를 선택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회복 불가능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매우 높인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

시진핑의 결정적 실수는 중국을 보다 자유민주적인 나라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로 만드는 퇴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번영을 만들어내는 핵심인 국민들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와해시켜 기업·시장·정부 모두에서 효율성을 심각하게 잠식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당장은 아닐지 모르나 가까운 미래에, 그가 중국 공산당 100년 기념식에서 “다시는 중화민족에게 과거의 치욕은 없을 것”이라고  한 말과 달리 과거의 오욕이 중국 역사에서 되풀이된다면, 역사는 아마 ‘그 시작이 그 말을 전 세계를 향해 위협적인 언사로 발표한 그로부터’라고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은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해서 세계 각국과 공존공영해 나가는 것이다. 넓은 시장, 동일한 정치체제, 동일한 가치체계를 가진 이웃 나라는 번영의 근간인 국가 간 협력을 극대화해서 우리나라 같은 지정학적 소국에 가장 바람직한 국제질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금세기 중반까지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유럽이 국가 간 전쟁을 끊임없이 지속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그 반성의 토대 위에서 지금과 같은 공동시장과 정치통합을 이루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민족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여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한 교역과 왕래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공동체를 오랜 전쟁과 파괴 이후에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생각할 때, 짧은 시간 내 중국이 대결구도를 접고, 정치체제 전환과 보편적 자유무역질서 구축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다. 오히려 시진핑 집권이 지속되면, 패권을 위한 미중 대결구도 강화, 주변국 위협과 일방주의 확대로 치달아 다양한 분쟁과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책은 같은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과 함께 신국제질서(New International Order) 형성에 빠르게 합류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공영(common prosperity)하면서 동일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보장할 수 있는 미국·일본·유럽과의 연대가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선택을 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냉전시대에 중국과 러시아 없이도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이런 시대적 조류를 민감하게 읽어 과감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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