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좌석 10만 석이 단 30여 분 만에 매진되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공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첫 전국 단독 투어 콘서트는 매회 전석 매진이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있게 느끼는 것에 열광하고 돈을 소비한다.

사람들이 기부하는 데도 ‘팬심’이 생기면 어떨까.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공익사업의 필요성과 가치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의 시작은 잘 모른다. 누가 언제 왜 이 단체를 설립했는지를 찾아보면 소설보다 몰입도가 높은 ‘인생을 건’ 단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은 아버지가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 자체도 쉬쉬하고 있는 사회에서 문제와 직면해 재단을 설립했다. 바로 푸른나무재단(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설립자 김종기 명예 이사장이다. 영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아내가 한국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때 겪었던 어려움과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었다. 푸르메 백경학 상임이사는 장애인과 가족이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직접 만들자는 일념으로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는 데 일조했다. 그 외에도 국내 최초 최연소 농구 코치였지만 루게릭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으며, 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승일희망재단 박승일 공동대표. 스스로를 '바보'라 부른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등이 있다.

외국에서도 ‘인생을 건’ 단체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고 하늘로 떠난, 아팠던 아들을 위해 난치병 아동 소원 성취 재단인 ‘메이크어위시’를 설립한 어머니 린다 씨와 프랭크 순경, 1960년대 이후 사랑으로 고아들을 품은 홀트아동복지회의 설립자 해리 홀트씨, 펄벅재단의 펄벅 여사 등 한 사람의 인생이 수많은 수혜자와 대상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수가 팬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우선 본업인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그리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공익법인과 기부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공익 목적 사업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업 계기와 배경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설득이자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부자들과 상시 소통하고 교류해야 한다. 기부자들의 단체에 대한 신뢰가 쌓일수록 단체는 변해가는 시대 속 사업을 확장하는 데 든든한 응원군을 얻게 된다.

한편으로는 정관상 목적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행에 편승해서 사업을 하는 단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체들을 구별하기 위해 꼭 사업만 보고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의 줄기를 알아야 한다. 소중한 기부금을 내어놓기 전 시간을 내어 단체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단체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대표 인사말, 연혁, 비전과 미션을 살핀다. 해당 항목들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립했는지 알 수 있다. 더불어 연혁을 통한 과거 성과,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갈 방향성을 짚어볼 수 있다.

둘째, 재정 보고와 연차 보고서 등을 통해 실제 사용한 돈과 결과를 살펴본다. 시민단체로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나 기업 후원을 받지 않는 곳이 있다. 또는 기업 사회공헌 전문 재단으로 개인 후원금을 받지 않는 곳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단체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이다. 또한 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부금의 효과와 성과를 기부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계속적인 기부금 모집을 위해 필수적인 환류의 과정이다.

셋째, 외부 회계감사, 공익법인 민간 평가기관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제3자의 객관적인 평가를 참고한다. 공익법인은 주무관청, 국세청 외에도 외부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는다. 또 전문 평가기관이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투명성과 책무성, 재무 효율성을 평가한다. 단순하게 평가 결과가 나쁘다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 현명한 기부자라면 더 나아가 어떤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부자가 기부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공익법인도 사업의 이유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하는 뻔한 공익 사업이 아니라, 우리 단체가 해야만 하는 매력적인 이유를 찾아 사업을 특별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기부자와 공익법인이 서로 진심으로 응원하고, 이해하는 순간 기부금 투명성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 모든 공익법인이 본연의 공익목적 사업을 이룰 수 있도록 기부자들의 ‘팬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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