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민경보 논설위원

기업 평가에서 “장기근속(5년 이상,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지침 제3조) 직원이 몇 명입니까?”라는 항목은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을수록 건강한 기업, 근무하기 좋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정황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한 직장에 입사해 정년퇴임을 하면 천연기념물 나셨다고 한다니, 중소기업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는 직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협·단체에서야 말해 무엇 하리오다. 구직도 힘들지만 좋은 사람을 제자리에 모시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단체에서도 5년 조금 넘게 근무한 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와 육아휴직에 대비해 직원을 물색하는 데 여간 어렵지 않았다. 더욱이 육아휴직을 처음으로 실시하게 되어 몰랐던 공부들을 이제야 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알맞은 사람을 알맞은 자리에 앉히는 것이야말로 기업이든 국가든 참 어려운 일이다.

건축자재도 있을 자리에 알맞은 물건으로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도로와 인도를 구분 지어 주는 콘크리트 재료로 만든 자재를 ‘도로경계 블록’이라고 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대리석, 화강석 등으로 교체되고 있다. 그런데 이 재료들은 비나 눈으로 인한 미끄럼(흡수율이 낮다.)으로 안전사고가 나거나, 자동차 타이어가 모서리에 부딪히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구성 면에서도 조직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깨짐 현상이 나타나 군데군데 떨어져 보기에도 좋지 못하고, 더구나 재활용이 용이하지도 않다.

반면 콘크리트제품은 성형 틀(Mold)에 의해서 생산되므로 제품 바깥쪽을 모나지 않게(둥글게) 몰드에 의해 생산할 수 있는데, 대리석이나 화강석은 마감 처리를 하게 됨으로써 비용과 환경문제(비산먼지)를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처리하지 않고 설치한 것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더군다나 대리석이라는 것이 중국의 대리지방(운남성 대리부: 雲南省 大理府)에서 나오는 돌이라고 해서 대리석이라고 불렀다는 것처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이다. 비싼 자재를 굳이 도로 경계석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우선 돌로 꾸미면 외관상 보기가 좋기 때문이겠지만 콘크리트제품 사이에 대리석이 끼어 있어 재료 구성면에서도 맞지 않고, 시각 디자인 면에서도 좀 그렇다. 특히나 자원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이 강원도에 많이 분포되어 있고, 그 매장량 또한 상당하다. 그래서 블록의 형태 등 웬만하면 콘크리트 성형제품을 자재로 여태껏 사용하여왔다. 고속도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경계블록 정도는 GR(GRF4006:우수재활용 콘크리트 경계블록) 성형물로 설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경계블록까지 대리석이나 화강석을 쓰는 것은 사치요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왼쪽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대리석 도로 경계블록. 오른쪽은 경기 안산시 해안로의 20년 이상 된 도로 경계블록. 사진=민경보, 5월 16일.
왼쪽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대리석 도로 경계블록. 오른쪽은 경기 안산시 해안로의 20년 이상 된 도로 경계블록. 사진=민경보, 5월 16일.

고 이건희 컬렉션이 첫선을 보인 3년여 전 국립중앙박물관·현대미술관에서의 관람 순번 대기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지금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아 전국을 순회하는 지방전시에서도 이미 예약 매진된 곳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뜻있는 이들이 ‘이건희 회장 컬렉션 전시관(가칭)’을 지방에 건립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글을 많이도 썼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서울 북촌 어딘가에 세우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는 곳이 있는데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당연직 위원 전원이 국무위원이다. 지방분권 지방 살리기를 하는 위원회도 역시나가 아닌가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인구의 점진적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들을 오게 하려고 환경을 저해하면서까지 케이블카 등 관광 사업에 목을 매고 있고, 문화계 유치도 그 일환이지만 아랑곳없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컬렉션 전시관’은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뽑기(성경에도 나온다. 사도행전 1:26)라도 해서 지방이든 아니면 서너 곳에 분야별로 나누어서라도 지방에 건립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바른 일이라고 본다.

유럽 여행을 하면 오래된 성당을 보러 가는 일정이 꼭 들어간다. 옛 건축물의 역사성과 아름다운 건축미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내부에서 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압권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 예술가로 자리매김된 한국인이 꽤 있으나 김인중 신부가 독보적이다. 경기도 수지에 있는 신봉동 성당에 가면 그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상설 전시장을 열었다고 해서 가보려고 벼르던 차에 지난달 전남 함평에 출장을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방문하게 되었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100년 된 연초창고(煙草倉庫)를 건축가인 동생 김억중 씨가 리모델링해서 형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빛섬아트갤러리’라는 이름으로 탄생시켰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빛섬아트갤러리. 사진=민경보, 4월 18일.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빛섬아트갤러리. 사진=민경보, 4월 18일.

김 신부는 늘 소외된 지역이 당신의 예술 콘텐츠로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동생들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양에 이어 옛 백제 땅에 작은 미술관을 열어 ‘빛섬 순례 루트’를 완성하는 기획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갤러리에 전시 중인 김인중 신부의 작품. 사진=민경보, 4월 18일.
갤러리에 전시 중인 김인중 신부의 작품. 사진=민경보, 4월 18일.

이렇게 적재적소로 문화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다양하게 마련돼 멋진 스토리텔링과 함께 엮여 문화 향유와 지방발전에 기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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