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 연구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출현하는 시점을 말한다. 당대 최고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erzweil)은 2005년에 쓴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9년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출현하고, 2045년에는 특이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미 2002년 튜링 테스트 통과 AGI가 2029년 실현되리라고 예견하며 비판자 미첼 카포르(Mitchell Kapor)와 2만 달러 내기를 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즈와일의 예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인간 게놈지도 완성을 비롯,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현 불가능을 주장한 주요 기술적 변화의 예측에 정확도 86% 이상의 예견을 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뉴럴 링크(Neural Link) CEO인 천재적 혁신가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20년 ‘5년 이내 초인 인공지능 출현’을 예견했고, 분산 인공지능(distributed AI) 개발 선두주자 ‘유내너머스 AI’ CEO 루이스 로젠버그(Louis Rosenberg)는 1990년대 초 2050년 특이점 발생을 예견했는데, 2019년 이를 2030년으로 앞당겼다. 또한 MIT AI연구소장을 역임한 패트릭 윈스턴(Patrick Winston) 교수는 2040년, 스위스의 AI연구소 IDSIA 소장이자 AI 기업 엔네이쎈스(NNAISSENSE) 공동 창업자이며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Jürgen Schumidhuber)도 2050년 이전 특이점 발생을 예견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AGI 출현과 특이점 도달이 가까운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지능은 기계의 능력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지금도 거의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뉴럴 링크가 사람의 지능과 기계의 능력을 합치려 하나, 이 새 사람 ‘트랜스휴먼 (trans-human)’은 요원한 상태이다.

기계지능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와 메모리에 따라 결정된다. 컴퓨터 메모리와 처리능력은 무어의 법칙이 작동하여 지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을 해왔다. 알고리즘도 메모리와 처리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적절하게 진보해 왔다. 이렇게 자연지능은 사실상 고정 상태인데, 기계지능 향상에는 어떤 심각한 한계도 없을 것이므로 기계의 사람 추월은 시간문제다. 기계지능의 성장 특성을 나타내는 지수적 성장은 컴퓨터가 지금 당장은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 같아 보여도, 조만간 ‘아주 영리하고 매우 빠르게 달리거나 날아가는 존재’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초당 계산(cacl/sec: calculation per second)’으로 측정한 사람 두뇌 역량(capacity)은 ‘액체 온스(fluid ounces)’로 측정한 미국 미시건호(Lake Michigan) 용적과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일 컴퓨터의 계산역량이 18개월마다 2배가 되는 경우, 처음에는 성장하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그 계산역량을 거의 눈으로 볼 수 없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최대 역량에 도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즉,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처음 생긴 시기를 1940년 컴퓨터 출현 시점으로 보고 이 당시 초당 계산 능력을 1cacl/sec이라 가정하면, 이 계산능력이 미시건호 밑바닥에 물이 고인 것을 사람이 처음으로 볼 수 있을 정도까지 향상되는 기간은 그로부터 72년이 걸린다. 이게 2012년인데, 이 시기의 컴퓨터 계산역량은 5.63x1014cacl/sec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불과 13년이 지난 2025년이면 컴퓨터의 계산역량은 사람 두뇌의 최대 역량인 2.88x1017cacl/sec에 도달한다. 전혀 보이지 않던 상태는 72년 지속된 반면, 그 존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후에는 불과 13년 만에 사람 역량의 최대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 인공지능이 다양한 한계와 문제점에 직면하고 미성숙 상태이나, 일단 여러 부문에서 사람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AGI나 초지능으로 예상이 어려운 속도로 진보할 것임을 의미한다.

또 전문가들은 무어의 법칙이 향후 10년 내 한계에 도달하리라는 데 동의하나,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빠르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한 시점에 한 상태만 계산할 수 있는 데 비해서, 양자 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상태(different states)를 계산한다. 이 양자 컴퓨팅의 우월성이 신경망 훈련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다양한 상업적 AI 아키텍처들에 널리 확산될 것이다. 결국 안정적 양자 컴퓨터에서 가동되는 AI 알고리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특이점이 실현될 것이다. 지금 생성 AI인 GPT-4 기반 챗-GPT의 응용 확대 양상은 이런 전개과정을 예표하고 있다.

왜 AGI 출현 또는 특이점 도래 시기 예측이 중요한가? 이유는 인공지능이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어서다. 즉, 그 실현 시기가 ‘불과 십 년 이내냐’ 아니면 ‘금세기 말 또는 다음 세기냐’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위험과 문제점에 대한 적응 또는 대응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다. 10년 내 실현된다면 위험과 문제점 대처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인공지능 발전의 핵심 공로자인 구글 부사장 제프리 힌튼(Jeffrey Hinton) 토론토대 교수가 인공지능의 살상무기화와 사람 직업의 급감을 경고하면서 5월 2일 구글에서 사임하고, “인공지능 개발을 후회한다.”고까지 말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인공지능 개발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 위험 대처와 제어 능력은 같은 수준으로 향상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 속담처럼 ‘개는 짖어도 캐러반은 떠난’ 상태이다. 그러므로 “누가 현 시점에서 이런 난관을 타개할 것인가?”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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