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이석구 언론인

우리들은 대부분 정치인들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카페에서, 술자리에서 그들은 늘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선거 때만 유권자를 찾고, 나라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예 상종도 못할 ‘개××’라는 욕까지 예사로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과거에 우리는 국회의원을 종종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그들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유권자가 뽑은 뛰어난 인물’이라는 의미의 선량 같은 행위를 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때문이다. 선량은커녕 일반 서민보다도 못한 정치인들의 행태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부동산 투기, 뇌물수수, 이권청탁, 진영싸움, 지도부 눈치보기, 포퓰리즘 공약 발표 등등. 이런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에 국회의원이 주역으로 흔히 등장한다. 그러니 정치인들을 욕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정치인이다. 그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런 그들을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인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치인을 선택한 유권자 또한 정치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자신도 한번 돌아보자. 우리가 과연 정치인들만 욕하며 탓할 자격이 있는지를-.

우리는 사실 그동안 지연, 학연, 혈연을 이유로 정당이나 정치인을 선택했다. 지역으로, 진영으로 나뉘어 자기 편을 무조건 감싸거나 비판해 왔다. 유권자들의 이런 경향이 한국의 정치를 망가뜨렸다. 정치인들을 지도부 눈치나 보는 거수기로 만들었다. 물론 소선구제에 의한 양당제 고착 등 제도도 문제지만 유권자들의 이런 투표 성향도 한국정치를 후퇴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내 편이 아니면 악이라는 생각, 내 편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종종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 진영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기 일쑤다. 불법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내 편은 무조건 지지한다. 심지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정치인도 내 편이면 지지한다. 진영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의 자세로 상대를 비판한다. 토론과 타협은 없다. 가치관이 다르면 밥도 함께 먹지 않으려 한다.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와 만나도 정치 얘기는 애써 피한다. 이쯤 되면 민주 사회라고도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동반되어야 하는 사회다. 그러지 않으면 더불어 살아갈 수가 없다. 절대적 진리나, 무오류는 신들의 세계에서만 일어난다. 아니 그리스신화에서 보면 신들도 인간처럼 잘못을 저지르고, 질투하고, 싸운다. 하물며 인간사회에서 ‘절대적 진실, 절대적 선’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타협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모든 것이 출발해야 한다. 진영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난무하면 나라는 망가진다. 남부 유럽, 중남미 국가 등이 좋은 예다. 선진국 정치인들이라고 포퓰리즘이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투표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정치인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이 결국 자신에게 청구서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도 포퓰리즘이 점차 기승을 부린다. 지난 5년간 국가부채가 배로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지역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의 전형적 예가 무안국제공항이다. 비행기가 한 편도 뜨고 내리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로 한산하니 말이다. 그런 공항이 또 생기려 한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등 당리당략과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정치는 3류’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보다 그들의 토양인 유권자가 먼저 깨어나야 한다. 표가 된다면 뭐든지 하는 게 정치인이니까. 정치와 유권자의 수준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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