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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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고향 친구네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고향길은 언제 가도 그냥 좋다. 차창으로 보이는 연두색에 분홍빛 철쭉이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도 봄이 이제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에 ‘봄날은 간다.’라는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옛 가요를 절로 흥얼거리게 되었다. 마침 휴게소에서 쉬면서 ’같은 노래 다른 맛‘의 ‘봄날은 간다’를 유튜브에서 찾아 듣게 되었는데, 애절한 노랫말은 같지만 10명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정말이지 맛이 다르고 나름의 색깔이 있었다. 그렇다, 탄소중립을 놓고도 나라마다 정책이 다르고 같은 나라에서도 논리가 분분하지만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한결같다.

지난달 5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내놓은 연구 자료에 의하면 올해 들어 해수면 평균온도가 21.1℃로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1℃를 7년 만에 넘김으로써 바다가 받아들이고 있는 온실가스 흡수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구름에 유입되는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서, 태풍 등 이상기후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인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우리나라의 기후적응 현황과 적응대책을 담은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는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공개하고 있다. 이는 파리협정(COP21)에서 합의된 권고사항인데, 국제사회에 발표하는 첫 번째 보고서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이미 제출(3월 31일)되었다.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최근 10년간(2012~2021)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약 3조 7000억 원에 달하고, 그에 따른 복구 비용은 손실의 2~3배가 들어간다고 한다. 온난화 진행 속도에서는 지난 109년간(1912~2020) 연평균 기온이 약 1.6℃ 올라 전 세계 평균 1.0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고, 해수면 상승에서도 최근 30년간(1989~2018) 침수, 해일 등 연안 지역 재해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바닷물 온도도 올라가서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며,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더구나 이 보고서는 발간의 의의를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기후 대응 정책을 펴나감에 있어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역량을 모아 헤쳐나감으로써 기후적응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국가정책의 기조라고 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년 경제현안 분석’ 보고서(1월 31일) 또한 경제구조 변화가 가속되는 요인 중 하나로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을 지목하고 있다. 동일한 경제활동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우리나라(경제순위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8위:2021년 기준)는 탈 탄소 사회구조로 전환을 해야만 하나 온실가스 감축률 성과는 주요 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향후 8년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5.4%씩 줄여야 하지만, 전 부문 에너지원의 전기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저탄소 전원의 구성이 온실가스 감축에 주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가 OECD 국가 중 미국과 함께 가장 높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기업 등 전 분야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빠르게 감축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 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렇게 전문기관에서나 국가 예산 관련 기관조차도 탄소중립에 대해 적색경보를 내놓고 있는데도 지난달 1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이 시민사회가 반대한 원안 그대로 확정되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의해 처음으로 수립된 국가 차원의 최상위 법정 계획임에도 이해관계자들을 뒤로한 정부의 나홀로 계획이 되고 말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크게 줄여줬다(14.5%→11.4%)는 점인데, 거기에 더해 배출권거래제에서 ’상쇄 배출권‘ 한도를 기준 5%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개척하고 기술 개발하는 기업은 정부 정책에서 후 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어 자칫 맥이 빠지게 되고, 수출 선봉에 서고 있는 제조업 또한 감축 의지가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고 있던 차에 지난 4월 25일 EU 이사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다. 10월부터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시멘트, 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의무 보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종의 수출 방어벽이 단발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 세워질 준비를 하고 있고, 숫자로 꼼수를 부려 탄소중립이 될 수 없음도 알고 있다면,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해 세부 조항에는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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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집약도: 에너지 생산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총 에너지소비량으로 나눈 값.

*상쇄배출권: 온실가스 배출권 대상 업체가 외부 배출시설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실적을 인정받아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제도.

*탄소국경조정제도: EU 내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 일명 탄소 국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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